감기 치료비 76% 건보 혜택… 정작 부담 큰 입원치료는 절반만
대동맥류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115일간 입원치료를 받은 70대 남성 B 씨도 비슷하다. B 씨는 총 진료비 1억8155만 원의 약 18%인 3235만 원을 냈다. B 씨의 경우 전체 진료비의 약 16%인 2835만 원이 비급여 진료였다. 그러나 소득 수준에 따라 책정된 건강보험 급여 본인부담금 상한선인 400만 원만 급여 진료비로 낸 걸 감안하면 진료비의 대부분이 비급여 항목인 셈이다.
○ 건강보험이 별 도움 안 된다?
건강보험 혜택(보장성)이 높아졌다지만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의료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간한 ‘2009년 국민의료비 보고서’에서도 이 점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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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난 2009년 상황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총 진료비는 1.5배 늘어난 13조7572억 원이었다. 그러나 세부 명세를 들여다보면 비급여의 비중이 56%(7조7058억 원)로 늘어난 반면 급여의 비중은 44%(6조514억 원)로 줄었다.
근래에는 피부미용과 성형 등에 쓰는 의료비도 급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 통계에는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한 진료비만 들어 있다. 만약 미용 목적의 의료비까지 합친다면 비급여 진료비의 비중은 최소한 6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가율도 대조적이다. 10년간 급여 진료비가 1.2배 증가한 반면 비급여 진료비는 1.8배가 증가했다. 비급여 진료비는 급증하고 있고, 제어할 브레이크도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보장성도 떨어지고, 병원을 이용할 때 건보혜택을 체감하지 못한다.
○ 치과 90% 이상이 비급여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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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이나, 2009년이나 외래기본 진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보장성이 높았다. 외래기본은 보통 동네의원에서 감기진료나 문진을 하는 것을 말한다. 1999년 이 외래기본 영역의 급여 대 비급여 비율은 77.1% 대 22.9%였다. 급여 비중이 높은 현상은 2009년에도 이어져 75.8% 대 24.2%로 큰 차이가 없었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가장 낮은 영역은 외래치과였다. 이미 1999년에도 외래치과 영역의 비급여 비중은 86.2%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 비중은 10년 만에 92.1%로 뛰었다. 누군가 치과에서 진료를 받은 후 100만 원을 냈다면 이 가운데 92만1000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라는 뜻이다.
비급여 진료비 지출 현황에서도 이 점이 확인된다. 2009년을 기준으로 비급여 진료비 지출액을 분석해보면 외래치과가 전체 7조7058억 원의 58.3%(4조4938억 원)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입원이 1조8997억 원(24.7%), 외래기본이 1조2497억 원(16.2%)의 순이었다.
○ 신의료기술이 폭증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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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임플란트, 성형 시술 같은 일부 진료는 ‘포괄적 비급여’라고 부른다. 다른 진료는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야 병원에서 시술할 수 있지만 포괄적 비급여 항목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병의원에서 시술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신의료기술은 공식통계보다 훨씬 많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신의료기술을 대거 건강보험의 틀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신의료기술 모두를 급여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신의료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비슷한 기술이 이미 급여 항목에 있거나 건강보험 재정손실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면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1999∼2009년의 약품비 비급여 비중 변화에서 해법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기간 약품비의 비급여 비중은 눈에 띄게 줄었다. 1999년 약품비에서 비급여 항목의 비중은 73.1%였다. 그러나 10년 만에 이 비중은 절반 이하인 46.6%로 줄었다. 보건당국이 약값을 지속적으로 인하하면서 많은 약품을 건강보험의 틀 안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