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명 사망 1000명 부상
▶ [채널A 영상]이집트 축구장 ‘최악의 불상사’ 폭동 장면
1일 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200km 떨어진 지중해 연안도시 포트사이드의 축구 경기장에서 이집트 프리미어리그 소속팀 알마스리와 알아흘리가 경기를 벌였다. 두 팀은 오랜 라이벌 관계다.
이번 참사 직후 군부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축구 팬클럽 회원들의 충돌을 군부와 경찰이 일부러 방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집트의 대표적인 축구 팬클럽인 ‘울트라스 타흐리르 광장(Ultras Tahrir Square·UTS)’은 지난해 민주화 시위에 적극 참여한 젊은이들이 다수 가입해 있다. 이들은 여전히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UTS 회원들은 그동안 축구 경기가 열릴 때마다 경기장에서 군부에 저항하는 노래를 불렀고 이 장면이 이집트 국민들에게 그대로 생중계됐다. 평소 이들은 축구장에서 과격한 행동을 벌여 악동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집트 프로축구팀들은 각기 팬클럽을 가지고 있는데 이 팬클럽들이 연합한 단체가 UTS다.
포트사이드 시의 택시운전사인 압둘라 엘 사이드 씨(45)는 “UTS는 이집트인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으며 혁명가들 사이에서는 존경의 대상”이라며 “군부위원회는 내심 UTS가 분해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참사는 사회 혼란을 바라는 무바라크 지지 세력이 일으킨 계획된 사건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최근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이슬람 정당인 무슬림형제단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철저히 계획된 것이며 배후에는 무바라크를 지지하는 잔당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10대 때 알아흘리 선수였던 하니 세딕은 2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경기장 안에 흉기를 반입하는 것이 가능했을까”라며 “나는 (무바라크 정권이 없는) 이집트가 불안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집단이 이번 사건을 자행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2일 오전 포트사이드 시민들은 군부와 경찰의 음모로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고 외치며 행진을 했고 축구팬 500여 명은 경찰본부 앞에서 규탄 시위를 열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이들을 해산했다.
군부 최고지도자인 무함마드 후세인 탄타위 사령관은 2일 “난동의 배후를 철저히 추적할 것”이라며 “오늘부터 3일 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삼겠다”고 공표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정윤식 기자 j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