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투수들 여러 공 던진뒤 성향파악가능하면 상대투수 볼 많이 볼 것”
이대호(오른쪽)가 오릭스에서 2012시즌을 함께 보낼 부산 선배 백차승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얼굴에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당장 18일 한신과의 연습경기부터 시작되는 실전 게임. 오릭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이대호를 첫 경기부터 뛰게 하겠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밝혔다. 일본 투수들의 투구를 관찰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대호는 1일, 한발 더 나아가 “일부러 삼진을 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왜일까? 용병이고, 데뷔 시즌임을 고려하면 감독에게 좋은 성적으로 어필해도 모자랄 판에 왜 ‘일부러 삼진을 당할 수도 있다’고 했을까. 이대호는 “일본 투수들은 새 용병 타자가 오면 일부러 여러 가지 공을 던져본 뒤 이 타자가 어떤 공을 잘 치는지 알아본다고 들었다. 연습경기, 시범경기에서 괜히 나를 보여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며 “치는 건 정식 경기에 가서 치면 된다. 시범경기에서는 줄삼진을 먹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연습경기 등에서는 최대한 상대 투수 볼을 많이 볼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영리한 이대호’ 모습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셈.
이대호(왼쪽 끝)를 향한 관심은 일본 미디어에서도 뜨거웠다. 카메라와 취재진의 숫자에서 한국 최고 타자를 향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
오카다 감독이 수차례 이대호에 대한 믿음을 피력한 것이 이대호의 여유와 자신감으로 이어진 셈이다. ‘믿음은 또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말이 떠오르는 것도 그래서다.
미야코지마(일본 오키나와현)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