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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커줘 고맙다”… 17년전 약속 지킨 한국원정대

입력 | 2012-01-28 03:00:00

고려대산악회, 등정때 숨진 셰르파 유족 네팔서 재회




1995년 고대산악회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셰르파로 참여했다 추락사한 장부 셰르파의 아들 펨바 셰르파(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고려대산악회가 전달한 장학증서를 들고 27일 어머니 치링 셰르파(앞줄 가운데), 고려대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고려대산악회는 17년 만에 이날 이들 모자 (母子)와 만나 지속적인 후원을 약속했다. 고려대 제공

17년 전 히말라야 등반길에서 안내인인 장부 셰르파 씨를 잃었던 고려대산악회가 최근 히말라야를 다시 찾아 그의 아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21일 귀국했다.

본보 2011년 12월 30일자 A14면 숨진 셰르파를 위해…

고려대산악회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한 호텔에서 1995년 고려대산악회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안내인으로 참여했다가 정상을 등정하고 하산하던 중 추락사한 장부 셰르파 씨의 부인 치링 셰르파 씨와 아들 펨바 셰르파 군(18)을 만났다.

고려대산악회 원정대원 8명은 개교 90주년을 기념해 1995년 장부 셰르파 씨와 함께 에베레스트에 올라 2개월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하지만 한 시간여 만에 장부 셰르파 씨가 북쪽 낭떠러지에 떨어졌다. 원정대는 시신도 찾지 못한 채 돌아와야 했다. 부인의 품에 안겨 있던 펨바 군을 바라보며 김종호 당시 원정대장은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이날 17년 전 약속을 지킨 것이다.

아버지가 사망했을 당시 15개월로 엄마 품에 안겨 있던 펨바 군은 어느덧 10학년생(한국의 교교 2년)이 돼 있었다. 펨바 군은 솔루쿰부 지역의 시골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부인 치링 씨는 카트만두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 중이다.

고려대산악회 회원들이 13일(현지 시간) 히말라야 봉 중 하나인 임자체 정상 등정에 성공한 뒤 포즈를 취했다. 고려대 제공

김 대장은 17년 만에 다시 만난 모자(母子)와 망자(亡者)에 대한 추억을 나눴다. 산악회원들은 펨바 군에게 1년간 학비와 생활비로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을 전달하고 앞으로도 꾸준한 후원을 약속했다. 김 대장은 “17년 사이에 앳돼 보였던 부인 치링 씨가 어느새 중년의 여성이 돼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펨바 군이 아버지를 많이 닮아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펨바 군이 공부에 뜻이 있다면 한국으로, 가능하면 고려대로 유학을 올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도 했다.

펨바 군은 “아버지처럼 용감한 사람이 돼 여행가이드를 하고 싶다. 도움을 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웃었다. 치링 씨도 “17년 전에 잃은 남편을 기억해 먼 나라에서 찾아와 가족을 챙긴 일은 유례가 없었던 것 같다”며 “한국의 대원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원정대는 히말라야 봉 중 하나인 임자체(약 6190m)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고문을 맡은 오은선 대장과 OB 멤버인 박용일 씨 외 산악회원 3명은 등반 11시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오 대장은 “히말라야 등반 경험이 전혀 없는 대학생 훈련대가 겨울에 히말라야에 오른 것은 소중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대학생 주장 천성인 씨(26)는 “대원 누구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돌아온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며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이번 등반의 기억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원정대가 귀국하던 날 이들 모자는 17년 전처럼 대원들을 배웅하며 안전한 귀국을 기원하는 가다(흰 천)를 목에 걸어줬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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