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정치부 기자
▶본보 20일자 A1면 안상수가 밟았던 5·18묘역 그 상석…
공교롭게도 지난해 1월엔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박 열사의 상석을 밟아 논란이 됐다. ‘cha…’라는 누리꾼은 트위터에서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던 내 마음이 창피하다”고 말했다. “안상수가 밟으면 짓이긴 것이고, 문성근이 밟으면 상석을 검사한 것이냐”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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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상석 밟기 논란의 핵심은 문 최고위원보다 이 사안에 대처하는 민주당과 5·18 관련 단체의 이중 잣대에 있다. 1년 전 한나라당 안 대표가 상석을 밟자 저주에 가까운 비판을 퍼붓더니, 같은 망자(亡者)의 상석에 저지른 문 최고위원의 똑같은 잘못에 대해선 20일 오후까지 입을 다물고 있다.
1년 전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안 대표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짓밟았다”며 “한나라당은 반드시 국민들과 조상님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대변인을 통해 경위를 설명하며 “안 대표가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5·18구속부상자회, 5·18부상자회, 5·18유족회, 5·18기념재단 등 관련 단체도 이중 잣대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들 단체는 1년 전엔 “광주 시민과 더불어 안타까운 심정으로 안 대표에게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냈는데, 이번에는 별말이 없다.
공당(公黨)과 사회단체가 똑같은 장소, 똑같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내가 하면 실수, 네가 하면 나쁜 짓’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면 실망스러운 처신이다. 이 같은 대응이 혹시라도 “보수세력에 비해 우리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한국 좌파 특유의 오만에서 비롯됐다면 더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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