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피 안묻히고 구주류 쇄신… MB-朴 결별 계기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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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5일 전당대회에서의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즉각 ‘수사 의뢰’라는 강수를 뽑아든 것은 ‘당 쇄신의 대형 악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박 위원장은 당 대표 시절인 2006년에도 김덕룡, 박성범 의원이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신속하게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었다. 당시 수사 의뢰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뤄졌다. 현재도 총선을 석 달여 남겨뒀다는 점에서 정면 돌파를 선언한 당시와 닮아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에 이번 4·11총선은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 속에 치러진 2004년 총선 때보다 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당 대표가 돈으로 당선됐다는 의혹까지 확산되면 총선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박근혜 비대위’의 쇄신 노력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에 정치적 명운을 건 박 위원장에게 수사 의뢰라는 정공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는 얘기다.
검찰 수사에서 금권선거가 사실로 드러나면 친이계 중진과 핵심들은 자연스럽게 정치권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박 위원장으로선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당의 인적 쇄신을 완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 의뢰가 박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완전히 결별하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증이 거의 없는 만큼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기 힘들다는 점도 한나라당으로선 고민거리다.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해 자칫 4·11총선 때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진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차떼기’에 이어 ‘돈 대표’ 정당이란 오명 속에 선거를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당 일각에선 인적 쇄신의 ‘칼자루’를 사실상 검찰의 손에 쥐여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 쇄신의 성공 여부가 당의 노력과 무관하게 검찰 수사 결과에 좌지우지되게 생겼다”며 “고승덕 의원이 당시 상황을 낱낱이 밝히고 스스로 정리해도 될 일을 크게 확대해 괜히 야당에 호재만 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정당법 제50조 (당 대표 경선 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 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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