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형 채널A 문화과학부 차장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포함해 최근 5년 사이 출판 트렌드만 본다면 우리 젊은이들의 초상은 확실히 실망스러운 편에 속한다. 이 책 직전에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가 있었는데, 바로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다. 출간되고 5년이 지났지만, 엊그제 들른 동네의 24시간 편의점 판매대에서도 여전히 좋은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꾸준히 팔리는 책이다. 이 책 역시 100만 부 가까이 나갔고, 비슷한 제목의 아류를 수없이 탄생시켰다.
그렇게 팔려나간 두 책으로만 판단하건대,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동안 재테크에 미쳐 있었거나, 많이 아팠다. 우스개로 재단하자면 우리 젊은이들은 돈 좀 벌어 보겠다고 재테크에 미쳐 있다가, 그게 여의치 않자 심신이 피로해져 많이 아프게 된 사람들이다. 말 좋아하는 사람들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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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위안인 것은, 속 깊은 기성세대를 낙담시키는 출판 시장의 열광이 어쩌면 착시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자기 계발’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개념으로 오랫동안 책 시장을 이끌어 온 출판사들은 언제부터인가 특정 연령대를 겨냥한 타깃 마케팅에 전념했다. 퇴직의 공포에 시달리는 40대 직장인을 빼면 20대 청춘들이 주요 공략 대상이었다.
말하자면 젊은이들을 걱정하게 만드는 최근의 상황들이 어쩌면, 출판사들의 상술로 만들어진 신화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요 공급의 균형이야 중학교 교과서 수준의 경제학에 나오는 얘기일 뿐 현실 시장의 수요는 번번이 공급자들에 의해 관리되면서 만들어지지 않던가. 이 경우 돈에 미치거나 아픈 쪽은 20대 청춘이 아니라 일부 출판사일 수 있다.
그게 어느 쪽이든 신년에는 강력한 그 고리가 끊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을 하는 쪽에선 이 사회에 무력감만 전파시킬 수도 있는 그 구태의연한 기획을 내버렸으면 한다. 반대편의 청춘들도 달콤한 돈의 유혹과 값싼 위로의 말을 거부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거친 풍랑 밑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잠룡(潛龍)의 신세일지언정 마음속에는 하늘로 오르겠다는 거대한 꿈 하나씩 품고 사는 게 청춘의 본래 모습 아니던가. 마침 상서로운 흑룡까지 60년 만에 찾아왔다길래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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