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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맞아” 4만3000명… 드러난 피해는 1만3700명뿐

입력 | 2012-01-06 03:00:00

“성과급 악영향” 학교선 쉬쉬
정부 “폭력건수대신 대책 반영”




자살을 택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심각한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한두 번이 아닌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에게 학교는 지옥 그 자체였다. 이런 학교폭력 피해 학생은 실제 얼마나 될까.

한국청소년상담원이 2010년 전국 초중고교를 무작위로 선정해 10만여 명의 학생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년간 거의 매일 폭행을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0.6%였다. 2010년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교생이 723만여 명임을 고려하면 4만3000여 명이 매일 폭행을 당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기간 전국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심의한 학교폭력 피해학생 수는 1만3748명에 불과하다. 통계로 본다면 최소한 3만여 명의 상습적인 학교폭력 피해자를 학교가 모르거나 감췄다는 뜻이 된다. 게다가 피해자가 4만3000여 명이라는 추정은 신체폭행 피해자만을 계산한 것이다. 왕따나 언어폭력, ‘빵셔틀’ 같은 비신체적 폭력을 계산에 넣는다면 실제 학교폭력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부터 연 2회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가 폭력사건을 은폐하는 한 제대로 된 조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관계자는 “어느 조직이나 문제를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꺼리지 않느냐”며 “폭력 사건을 학교폭력대책자치위가 아닌 선도위원회에서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선도위원회는 폭력과 관계없는 흡연, 절도 등의 비행을 징계하는 학내 기구이기 때문에 폭력 가해자나 피해자에 대한 기록이 남지 않는다.

인천과 같은 일부 지역 교육청은 지난해 도입한 학교성과급 지표에 학교폭력 발생 건수를 반영하기도 했다. 이 경우 학교의 은폐가 일어날 수 있다. 교원단체들은 “학교폭력 건수가 교사의 성과급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은폐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은 단순 발생 건수보다 학교폭력 사건에 학교가 얼마나 적극 대응했는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지표를 바꿀 방침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교폭력에 학교가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교사에게 권한을 주면서 책임도 물어야 한다. 또 교사가 가해자 학부모와 갈등을 빚고 교권을 침해당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학부모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