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식 스포츠레저부장
스포츠 기사에 종종 나오는 문장이다. 왜 받는 측(선수·감독)과 주는 측(구단) 모두 비밀에 부치기로 합의한 걸까. 한마디로 ‘주변 눈치’ 때문이다. 평범한 월급쟁이보다 수십 배나 많은 연봉을 받는 경우엔 질시를 받기 싫어서, 동료 선수나 감독보다 훨씬 적을 땐 자존심 때문에 공개를 꺼린다.
새삼스럽게 스포츠계 연봉 얘기를 꺼낸 까닭은 ‘13번째 월급’을 챙길 수 있는 연말정산 기간이 조만간 시작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직업군 모두 액수가 커짐에 따라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는 절세(節稅)에 절대 유리하다. 프로 감독과 선수는 별다른 증빙서류 없이도 수입의 39.6%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기준 경비로 인정받는다. 39.6% 한도를 넘어서는 비용도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과세 대상에서 빼준다. 승용차 리스, 트레이너 고용, 운동장비 구입비는 물론이고 보약값까지도 과세 대상에서 제외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런 파격적인 혜택을 받는 선수와 감독들은 팬들에게 멋진 플레이로 보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탈세 의혹으로 지난해 9월 연예계를 잠정 은퇴한 K 씨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지 않고, 매달 세금을 원천징수당했다면 지난 연말에도 각종 상을 휩쓸며 여전히 개그계 강자로 군림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임플란트 시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치과에 갔더니 “카드는 100만 원, 현금은 80만 원”이라는 명쾌한 대답을 들었다. 또 몇 달 전부터는 단골 동물병원에 꼬박꼬박 현금결제를 하고 있다. 원장님은 “카드로 하시면 진료비에 신설된 10% 부가세를 더 내야 하는데 현금으로 하시면 종전대로 받을게요”라며 필자를 배려해 줬다. 몇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생생한 탈세(脫稅) 현장을 고발하지 못하는 것이 서민들의 서글픔이다.
그런데 고액 연봉 스포츠인들은 “선수생명이 짧으니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세금 혜택도 큰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인 평균 수명이 지난해 기준으로 남성 78세, 여성 84세로 늘어난 것을 감안할 때 샐러리맨의 ‘직장생명’도 상대적으로 짧아졌다. 정년퇴직 후에도 20년 이상 더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에 걱정이 태산이다. 정년 연장 얘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매년 연말정산 기간을 자신의 지난 한 해 삶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으로 활용해 보자. 연말정산을 꼼꼼히 잘하면 억울하게 더 낸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매년 인생정산을 충실히 해 나간다면 노력한 만큼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 부분을 되돌려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겪게 될 시행착오도 덤으로 줄일 수 있어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안영식 스포츠레저부장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