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대장, 2차례 학교 다니며 두번 회장… 1억대 횡령조직 동원해 ‘후배 바지회장’ 5명 당선시켜 3억 가로채
2004년 10월 전남의 한 2년제 대학에서 1학년 김모 씨(당시 30세)가 학생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김 씨는 2007년 같은 대학 다른 과에 또 입학한 뒤 다시 학생회장이 됐다. 김 씨가 같은 대학을 두 차례나 입학해 학생회장을 한 이유는 뭘까.
전남 광양경찰서는 바지 학생회장을 당선시키는 수법 등으로 학생회비 3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단체구성) 등으로 김 씨 등 조직폭력배(조폭) 9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광양지역 L폭력조직 행동대장인 김 씨는 다른 학생이 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조직원들을 동원해 협박해 막고 자신이 내세운 김모 씨(33) 등 다른 학생 5명이 연달아 학생회장에 단독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에 따르면 광고회사를 하던 김 씨는 학생회 인쇄물 등을 제작하면서 학생회장이 되면 학생회비를 횡령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앞서 김 씨가 속한 조폭조직의 선배 2명도 학생회장을 지냈다. 김 씨는 학생회장을 두 차례 지내면서 연간 학생회비 1억3000만 원 가운데 절반만 수련회(MT), 신입생환영회(OT) 등 각종 행사에 쓰고 나머지는 빼돌렸다.
경찰은 김 씨가 “학구열이 높아 공부하게 됐다. 나는 조폭이 아니다. 학생회비를 횡령한 적도 없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가로챈 학생회비 일부가 김 씨가 속한 조직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찰은 다른 대학 두세 곳에서 유사한 횡령사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광양=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