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임 교육복지부 기자
전문가들은 보육예산이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에게 흘러가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른바 ‘깔때기 이론’이다. 예산을 ‘콸콸’ 쏟아 붓지만 어린이집에 흡수되는 바람에 막상 부모에게는 혜택이 조금만 돌아간다는 것. 어린이집이 2006년(2만8367곳)보다 1만 개나 늘어났으니 타당한 분석인 듯하다.
어린이집이 늘어나면서 원장들은 막강한 이익집단으로 떠올랐다. 국회도 동네마다 포진해 있는 어린이집 원장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올해 보육예산에는 어린이집 담임교사를 겸직하는 원장 2만3000명에게 월 5만 원을 지원하는 예산 55억 원이 슬쩍 포함됐다. 정부안에는 없었던 예산이다. 당초 만 5세 누리과정이 도입되면서 절감된 예산을 보육교사 처우 개선에 쓰기로 했는데, 여기에 어린이집 원장들이 숟가락을 얹은 것이다.
어린이집 원장이 아닌, 아이와 부모를 위한 보육예산이 되려면 해법은 간단하다. 제대로 질 관리를 하면 된다. 좋은 어린이집에 예산이 더 배정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집 평가는 지지부진하다. 평가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계획은 매년 미뤄지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도 비용 및 교사경력, 행정처분 이력을 포함한 어린이집 정보공시제도를 추진한다. 몇 년째 반복되는 정책이지만 늘 원장들의 반발이란 장벽을 넘지 못했다. 급식 사고나 학대가 일어나도 처벌은 미약하다. 해당 원장이 다른 곳에 가서 어린이집을 개설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한 달에 한 번 젊은 부부를 만나 보육 문제에 대해 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원장이 아닌 부모들의 목소리가 꼭 반영되기를 바란다.
우경임 교육복지부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