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의 ‘감초 DJ’ 문양근 씨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DJ로 일하고 있는 문양근 씨가 1일 오후 새해를 맞아 스케이트장을 찾은 시민들을 위해 음악을 틀어주고 있다. ‘하이 서울 하이 뮤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문 씨는 스케이트장 이용객의 신청곡을 틀어주거나 사연을 전해주는 등 스케이트장의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임진년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4시 반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곳에서 디스크자키(DJ)로 일하는 문양근 씨(40). 휴일을 맞아 스케이트장을 찾은 시민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신나는 음악소리에 따라 얼음을 지쳤다. 일부 시민은 문 씨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DJ 박스 앞을 지나쳤다.
○ 시민의 소망 사랑 전하는 메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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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는 문 씨를 포함해 2명. 행사진행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문 씨는 2007년 1월부터 매년 겨울이면 이곳에서 DJ를 맡아온 터줏대감이다. 문 씨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모아람 씨(24·여)는 2009년 1월 서울시가 스케이트장 개장 기념으로 뽑았던 ‘시민 DJ’ 출신이다. 두 사람은 번갈아가며 매일 오후 4시 반부터 4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가장 큰 임무는 시민들이 보내는 사연을 전하는 일. 이용객이 많은 만큼 사연도 다양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함께 왔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꼭 전해주세요”라는 고백부터 “다음 주 군에 입대하는 동생과 왔어요. 힘내라는 말 전해주세요”라는 격려까지. 새해를 맞아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기원하는 사연도 많다. “2012년을 스케이트장에서 시작하네요. 올해도 우리 가족 모든 일이 미끄러지듯이 풀렸으면 합니다. 우리 딸 도이야, 사랑해∼ 아빠가.” 문 씨는 “중고교생은 평소 말로 하기 쑥스러운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사연으로 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 씨가 소개한 사연은 300건을 넘었다.
신청곡을 선별해 틀어주는 것도 중요한 일. 스케이팅이 속도감을 즐기는 운동이다 보니 느린 발라드 곡은 선곡에서 대부분 제외된다. 스케이트장 최고 인기곡은 아이유의 ‘너랑 나’다.
○ 나 홀로 방송에도 자부심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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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m²(0.45평)의 좁은 DJ 박스에서 선곡부터 음향 조절, 사연 소개는 물론이고 안내방송까지 혼자 도맡아야 하지만 DJ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에 DJ들의 근심이 크다. 시가 올 시즌 이용객 수가 예년 평균치를 밑돌면 스케이트장 사업을 접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씨는 “시민들이 겨울을 즐기며 가족 연인 친구와 소통하는 공간도 필요한데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오전 10시부터 이용할 수 있다. 대여료를 포함해 이용료는 시간당 1000원이다. 인터넷 예약(www.seoulskate.or.kr)도 가능하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