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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일진 3명이 숨진 학생 29차례 폭행… 학교폭력과 전쟁”

입력 | 2012-01-02 03:00:00

광주 ‘학교폭력 희생’ 중학생… 오늘 시신 부검하기로




지난해 12월 29일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J중학교 2학년 S 군(14)은 속칭 ‘일진’ 학생 3명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중 한 명을 입건하고 나머지 2명과 추가 폭력 가담자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유족이 제기한 타살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 가해학생들 돈까지 요구

광주북부경찰서는 1일 S 군이 옆반 친구 L 군(14)과 S 군(14), 3학년 선배 K 군(15) 등 3명으로부터 29차례의 폭행과 금품 갈취, 담배 심부름 등 학교 폭력을 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L 군은 사건 당일인 지난해 12월 28일 2교시 직후 화장실에서 팔꿈치로 S 군의 어깨를 3차례 가격하는 등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20차례의 폭행과 7차례의 금품 요구 및 담배 심부름 협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1일 L 군을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L 군은 “6, 7차례 장난을 한 적은 있지만 폭행한 적은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3학년생인 K 군은 S 군이 숨지기 4일 전 ‘돈을 구해오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2차례에 걸쳐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S 군이 2학기 초 금품 협박을 받은 뒤 친구에게 ‘죽고 싶다’는 온라인 메신저를 보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또 “지난해 2학기 중 경기도로 전학 간 다른 S 군도 한 차례 폭행했고 사고 전날 요구한 금품을 받기 위해 S 군을 찾아 J중학교에 왔다”는 진술을 확보해 보강수사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이들 학생 외에도 S 군을 폭행한 학생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유족은 타살 의혹 제기

S 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사망 전 아파트에 들어서는 장면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한 결과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사망 전에 가해자를 만났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 친구 60명도 이날 “S 군은 자살할 친구가 아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CCTV 분석 결과 같은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아닌 거주 학생이 아파트로 들어간 것으로 나타나 사건과의 관련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수사는 더 해보겠다”고 밝혔다.

‘성적 비관 자살’ 가능성에 대해서도 S 군의 아버지(45)는 “집에 도착한 아들의 성적표를 나중에 확인해 보니 국영수 성적이 많이 올라 있었다”며 “성적 때문에 자살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S 군의 온라인 메신저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있는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J중학교가 방학을 하루 앞당기는 방법 등으로 학교폭력을 은폐하려고 했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2일 오전 시신을 부검하기로 했다.

○ 다른 학생들도 “폭력에 시달렸다”

J중학교에서는 이 외에도 광범위한 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동부교육지원청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J중학교에서 2학년생 349명 중 158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명 이상이 L 군 등으로부터 피해를 보았다고 답했다. L 군이 속한 7반은 2일 오전 추가 조사를 할 예정이어서 피해학생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들은 “문제학생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퇴학이나 강제전학 등의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경찰은 1만2000명에 이르는 형사들을 동원해 학교 폭력과의 전쟁에 나섰다. 그동안 경찰은 학교 폭력 가해자에게 훈방 위주로 계도해 왔지만 앞으로는 강력사건 경험이 많은 형사들을 대거 투입해 강력범 수준으로 엄히 다스리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폭력 정도가 심한 학생은 구속 수사하고 학교와 협조해 일진회 등 교내 불량서클도 소탕할 계획이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광주 J중 S 군 사건 일지 ::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5시 20분 S 군 담임교사에게 꾸중을 들은 뒤 하교
△12월 29일 오전 9시 40분 S 군 17층 복도 난간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
△12월 29일 오후 8시 동료 학생 20여 명 학교 폭력 피해 사례 증언
△12월 30일 경찰, 25명으로 전담 수사팀 구성
△1일까지 동료 학생 등을 상대로 폭행, 금품갈취, 괴롭힘 있었는지 조사
△1일 오후 경찰 중간 수사 결과 발표. S 군이 3명에게서 학교 폭력에 시달린 사실 확인. 1명은 형사처벌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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