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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딸’ 못 돌아오는데…

입력 | 2012-01-02 03:00:00

월북권유 추정 윤이상씨 부인-딸, 김정일 조문 방북뒤 조용히 입국




경남 통영 출신 음악가 고 윤이상 씨의 부인 이수자(84) 윤정 씨(61) 모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조문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26일 방북했다가 1일 부산 김해공항으로 입국했다. 1995년 숨진 재독 음악가 윤 씨는 독일 유학생 오길남 신숙자 씨 내외가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월북하는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북한에 억류된 신 씨 모녀의 생환을 위해 ‘통영의 딸’ 구출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45분경 이 씨는 딸과 함께 중국 베이징(北京)발 하이난(海南)항공 HU7909편으로 공항에 도착했다. 검은색 털 코트에 회색 모자 및 스카프를 두르고 검정 선글라스를 쓴 이 씨는 조문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질문이 쇄도하자 딸이 “어머니 건강이 안 좋으십니다”라며 말을 끊었다. 모녀는 입국장을 빠져나간 뒤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를 타고 공항을 떠났다. 이들은 통영 자택에 잠시 머문 뒤 다시 외부로 향했다. 윤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죄송하다. 통화할 상황이 아니다.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모녀의 방북 사실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12월 27일 “해외동포들이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영전에 조의를 표시했다. 이들은 윤이상 선생의 부인 이수자를 비롯한 해외동포”라고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한국 국민이 무단 방북하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이 씨 모녀는 독일 국적이라서 해외동포 조문단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이 씨는 평양에도 집이 있다. 북한에서 개최되는 윤이상음악회에도 자주 참석하는 등 북한과 왕래가 잦은 편이다.

한편 모녀는 최근 채병률 실향민중앙협의회장(82), 군사평론가 지만원 씨(69)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및 무고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당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독일 국적이지만 헌법상 우리 영토인 평양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른 데다 윤이상 씨가 월북을 권유했다고 밝힌 오길남 씨를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것은 무고 행위”라고 주장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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