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학생 자살 몬 학생 “캐릭터 레벨 올려라” 강요… 게임 중독 빠지면 이성 잃어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또 다른 가해자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범한 청소년들이 게임 중독에 빠지면서 이성을 잃고 일탈을 일삼는 경우가 급격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중학생 사건의 가해 학생들도 학교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온라인 게임에 빠지면서 A 군에게 강제로 게임을 시키며 폭력까지 휘둘러 결국 자살로 내몰았다.
대구 사건 가해학생이 A 군에게 강요했던 게임은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다. 성윤숙 청소년정책연구원 상담위원은 “온라인 게임은 사용자가 직접 자기 캐릭터를 레벨업하고 아이템을 획득하기 때문에 게임 속 세계에 집착하게 된다”며 “상담사례 중에는 시험 기간에 자녀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부모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레벨업을 시켜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A 군이 가해 학생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에도 “집에 가서 적어도 2시간 반 동안 해라” “나보다 낮던 애가 벌써 (레벨이) 125”라며 압박하는 내용이 여러 건 있었다. ‘리니지’ ‘던전앤파이터’ 등도 중독성이 강한 온라인 게임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게임의 폭력성보다 중독성이 더 큰 문제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배주미 한국청소년상담원 인터넷중독대응팀장은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하루 종일 게임에 빠지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히게 된다”며 “게임에 과몰입하게 되면 무엇이 잘못인지 무감각해져 범죄를 저지르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11월 시행된 ‘셧다운제(16세 미만 청소년 대상으로 밤 12시∼오전 6시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는 최소한의 장치일 뿐 중독이 의심될 경우 부모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