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포르투갈 청년들, 일자리 찾아 남미行 급증
유럽의 경제위기가 불러온 ‘구직 엑소더스’가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그 옛날 제국들이 거느렸던 식민지가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땅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16세기 후반 스페인 식민지였던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는 요즘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의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지난해 건너온 건축설계사 몬트세라트 파브레가스 씨(30)는 “바르셀로나에는 일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영화감독으로 일했다는 치아라 보스치에로 씨(33)도 “이탈리아는 40세 이하가 영화를 만들기 매우 어렵다. 경제위기가 왔을 때 내 나이 사람들은 모두 희망을 버렸다. 이탈리아는 노인들의 나라”라며 “지금 아르헨티나에서는 나보다 젊은 기획자와 감독들이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르헨티나 이민국에 등록되어 있는 유럽인은 5년 전에 비해 2배 증가한 2000명에 달하지만 이민국은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스페인 정부는 경제위기로 인해 매해 1200명의 스페인 젊은이들이 아르헨티나로 이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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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도 예외는 아니다. 20세기 초반까지 약 400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모잠비크에서 최근 포르투갈 이주민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 그라사 곤살베스 모잠비크 주재 포르투갈 총영사는 “포르투갈 이주민 수가 지난 2년간 30∼40%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6년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투로 이주한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마리아 누너스 씨(31)는 “한때 식민지였던 모잠비크는 포르투갈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포르투갈인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이곳으로 온 환경공학자 카를루스 쿠아드루스 씨도 “건축이나 공학 등에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모잠비크에 많은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정윤식 기자 j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