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4대 금융지주 수장(首長)이 되면서 회사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선 대통령 앞에서도 설전을 벌이고, 힘을 합쳐야 할 대목에서는 밀월관계를 유지하는 등 애증(愛憎)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 강만수 회장-이팔성 회장
4명 중 가장 날카롭게 대립한 사람은 강만수 회장과 이팔성 회장이다. 두 사람은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맞섰고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할 때도 대립했다. 금융당국이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를 불허하는 바람에 대결구도는 일단락됐지만 당시 두 사람은 사석에서 서로에게 격한 말을 쏟아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6일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설전이 벌어졌다. 이때 강 회장은 “보유외환을 저리에 국내 은행에 빌려주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은행들이 해외에서 비싼 달러를 조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회장은 “보유외환은 국가의 마지막 보루이며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손을 벌리면 국내 은행권의 상태가 그만큼 안 좋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 다른 참석자에게 ‘누구 말이 맞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김승유 회장-어윤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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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가시화되면서 두 사람은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을 사이에 놓고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였다. KB와 하나는 모두 소매금융 비중이 높아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한 구조다. 과거 외환은행은 현대차의 독보적 주거래은행이었으나 어 회장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의 관계 등을 이용해 현대차와의 거래를 크게 늘린 점도 김 회장을 자극했다. 어 회장은 정 부회장의 대학 은사이자 KB금융 회장 전까지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 어윤대 회장-강만수 회장
어 회장과 강 회장 사이에는 잠깐 긴장국면이 있었다. 4월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이 모인 자리에서 강 회장은 분사한 지 두 달째인 KB국민카드가 과당경쟁을 벌인다는 뉘앙스로 ‘저축은행이 할 일을 카드사들이 하고 있다. 카드업은 고리대금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어 회장은 “KB국민카드는 점유율이 오히려 줄어들었는데 마치 우리가 과당경쟁을 촉발한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고 반박한 것.
하지만 이후 어 회장은 ‘강만수 예찬론자’를 자청하며 여러 차례 강 회장을 칭찬했다. 7월 언론 인터뷰에서 “밖에 나가면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인 강 회장만 한 사람이 없다.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니 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어 회장은 보유외환 논쟁 때도 강 회장 의견을 지지했고 11월에는 “유럽 위기 이후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KB금융처럼 외국인이 대주주인 회사들은 쉽지 않다. 유일하게 대형 인수합병(M&A)을 할 수 있는 산은금융을 적극 밀어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