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열린 곳,무엇이든 얻을 수 있죠”“좋은 강의-교재, 좋은 선택이었습니다”“배우고픈 꿈 이루고 아름다운 추억도 얻고”
《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를 선택한 이유는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방송대 출신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방송대에 입학했다는 것, 그리고 방송대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는 것이었다.》
○ 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대표이사 “성공의 첫걸음 방송대”
그는 20대 초반 리비아에서 3년간 일을 하고 돌아왔다. 경제적인 문제로 못 간 대학을 이젠 갈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집안에서 급히 돈을 써야할 일이 생겼다. 3년간 해외에서 땀 흘려 번 돈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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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과 생계를 스스로 책임져야 했다. 막일을 마다할 처지가 아니었다. 늦은 밤에는 슈퍼마켓 지하에서 폐박스를 주웠다. 그래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기쁨 때문에 힘든 줄 몰랐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동기들과 “우리 포기하지 말자”고 서로를 격려하던 시절이었다.
방송대의 다른 학과에 다니는 여학생을 만나기도 했다. 토플 공부모임에서다. 지금은 장 대표의 부인이 됐다. 장 대표는 “방송대는 나에게 지혜와 아내를 모두 줬다”며 웃었다.
그는 방송대의 장점으로 ‘학사과정의 엄격함’을 꼽는다. 장 대표는 “매 학기마다 쉽지 않은 시험을 쳐 학점을 얻는 학사 과정이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 사람은 졸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리엔트바이오를 국내 대표적인 바이오산업분야 기업으로 키웠다. 지난해에는 국가로부터 과학기술훈장도 받았다. 성공의 첫걸음이 방송대였다고 그는 말했다. “경제학을 하면서 현실경제에 대한 눈이 떠졌고 방송대에서 배운 모든 것이 지금 사업에 도움이 됐죠. 방송대를 졸업하고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겁니다.”
○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자기관리, 의지력 훈련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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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은 “스스로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일반 대학은 꿈꿀 수 없었다. 하지만 방송대는 교재 질이 좋고 강의가 충실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시험이 워낙 어려워 졸업을 제때 하지 못하는 학생도 많았지만 그는 상당히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는 행정고시 25회에 합격해 이후 27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공직의 대부분을 총리실에서 보냈고 차관급인 국무차장까지 지냈다. 특히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가 세계적으로 확산될 때는 대책반을 이끌기도 했다. 이때 얻은 별명이 ‘총리실의 해결사’다. 공직생활을 마친 그는 6월 전기안전공사 사장이 됐다. 취임 이후 성과 중심의 인사 체제를 도입하고 사전예방 중심의 재난대응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전기안전공사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는 이러한 성공의 계기로 방송대를 꼽는다. 박 사장은 “다른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스스로 활용할 수 있다. 열심히 한다면 어느 일반 대학보다도 훨씬 질 좋은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꾸로 의지가 없다면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다. 자기관리와 의지력을 훈련할 수 있는 셈”이라며 “방송대 출신이라면 자기관리가 뛰어나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양재생 은산해운항공 대표 “꿈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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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었던 양 대표에게 방송대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일을 하면서 공부할 수 있고 학비까지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대는 원격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출석 수업도 있었다. 수업에 빠지지 않으려면 남는 시간을 모두 투자해야 했다. 그는 여름휴가를 방송대 출석수업을 듣는데 썼다.
양 대표는 “10살이나 많은 선배부터 한참 어린 후배까지, 함께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밤샘 공부를 했던 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나이차는 많았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은 똑같았다. 그는 “밤새도록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 후 근처 시장에 가서 막걸리를 마시며 꿈을 키웠던 시절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됐다”고 했다.
그는 방송대를 졸업한 뒤 다니던 회사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1993년 직원 5명과 부산에서 은산해운항공을 설립했다. 특유의 뚝심과 집념으로 그는 회사를 대표적인 복합운송업 기업으로 만들었다.
그는 “꾸준하게 노력하는 정신이야말로 성공의 밑거름”이라며 “‘된다’는 신념으로 자신감을 갖는다면 성공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어달라는 말을 방송대 후배들에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