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인 립 셍힌 씨(왼쪽)가 병상의 어머니 테 수 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테 수 씨는 한국 단체의 도움으로 한국에 와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갑상샘 낭종 수술을 받고 16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제공
○ “한국 사위 덕에 살았어요”
지난해 12월 윤명식 씨(39) 가족은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지원으로 결혼 후 처음으로 친정을 방문했다. 윤 씨 부부는 “제발 병원에서 진단이라도 받게 도와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적십자사의 도움으로 현지 한인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결과 갑상샘 낭종(물혹)으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낭종이 워낙 커서 현지 수술은 불가능했다.
좌절한 윤 씨 부부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갑상샘 치료의 권위자인 소의영 아주대의료원장이 이들의 사연을 듣고 직접 수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곧바로 테 수 씨 치료를 위한 ‘다문화가족 의료지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적십자사는 삼성사회봉사단과 함께 자선바자를 열어 400만 원가량의 후원금을 마련했다.
만반의 준비를 한 끝에 테 수 씨와 친정아버지 리 송헨 씨(58)가 지난달 24일 한국을 찾았다. 한국 치료가 결정된 지 약 1년 만이었다. 테 수 씨는 곧바로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의료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목에 있던 혹에서 암세포까지 발견됐다. 수술은 13일 실시됐다. 테 수 씨의 목에서 무려 470g에 달하는 혹이 제거됐다. 소 원장은 “치료를 안 했으면 혹이 계속 자라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 수 씨는 “사위가 아니었으면 평생 혹을 달고 고통스럽게 살았을 것”이라며 “너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 반한(反韓) 정서에 긍정적 효과
지난달 24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립 셍힌 씨(왼쪽)가 남편 윤명식 씨(오른쪽), 치료를 위해 입국한 친정어머니 테 수 씨, 아버지 리 송헨 씨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친정아버지가 안고 있는 아이는 막내딸 지원 양.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제공
문병대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은 “결혼이주여성의 친정 가족을 초청하거나 현지를 방문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한국에서 치료를 받도록 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한국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라고 강조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