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정신적인 지주’였던 박태준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관심은 이제 포스코의 앞날에 쏠려 있다. 1992년 박 명예회장은 포스코 회장을 사임하며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경영 일선에서 2선으로 물러난 것이다. 이후 20여 년 동안 4명의 포스코 회장은 박 명예회장이 초석을 다진 회사를 큰 탈 없이 이끌어 왔다. 그런데 새삼 왜 앞날에 관심이 쏠리는 걸까.
이는 포스코의 독특한 성격 때문이다. 1968년 포항제철주식회사로 출범할 당시 포스코는 공기업이었다. 이후 2000년 민영화 작업을 거쳐 현재의 지배 구조를 갖게 됐는데 포스코는 딱히 ‘대주주’라고 부를 만한 개인이나 세력이 없다. 국민연금공단이 5.33%의 주식을 보유해 최대주주이고 이어 신일본제철(5.04%), SK텔레콤(2.85%)의 순으로 어느 한 곳이 대주주라고 보기 힘든 구조다. 따라서 최고경영자(CEO) 선임 등 주요 결정은 사내·외 이사 13명으로 구성된 포스코 이사회의 의결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의 설명대로 이런 형태가 ‘선진국형 지배구조’인 것은 맞지만 문제는 이런 구조는 다양한 ‘외풍(外風)’에 휩싸이기 쉽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전 회장이 정권 교체 등과 맞물리면서 하나같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대외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정재계의 거목으로 아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박 명예회장의 존재가 있었기에 포스코가 취약한 지배구조를 가졌음에도 비교적 외풍을 잘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40여 년 동안 포스코 구성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박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남에 따라 포스코는 자칫 내·외부적으로 더 흔들릴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당장 내년 2월로 임기가 종료되는 정준양 현 회장의 연임을 둘러싸고 “(연임 성공의) 가장 큰 변수는 정치적인 외부 요인”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박 명예회장의 빈소에 모인, 은퇴한 포스코 임직원들은 하나같이 포스코의 미래를 걱정했다. 박 명예회장과 50여 년을 함께한 대표적 원로인 황경로 전 포스코 회장은 “이전부터 포스코는 박 명예회장이 떠날 때가 위기라고 생각해 왔다”며 “‘영원한 최고경영자(CEO)’인 박 명예회장이 구심점이 되어 보호해온 회사지만 이제 그 자리가 비었으니 풍랑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큰 버팀목이 통째로 빠짐에 따라 그동안 순항해온 포스코로선 새로운 도전의 시기가 찾아온 셈이다.
한상준 산업부 기자
한상준 산업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