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미술사가 욕심에 바사리작품 수난… 학계 “당장 중지를”
이탈리아 피렌체 베키오 궁전의 ‘500년의 방’에 걸려 있는 조르조 바사리의 벽화를 조사하고 있는 마우리치오 세라치니 교수 연구팀.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이탈리아 피렌체 시청으로 쓰이고 있는 베키오 궁전 내 ‘500년의 방’에는 화가 겸 건축가, 미술사가였던 조르조 바사리와 제자들이 1563년 메디치 가문의 전쟁 승리를 기념해 제작한 대형 프레스코화 시리즈가 걸려 있다.
그런데 최근 피렌체 출신의 미술사가인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 공대 교수 마우리치오 세라치니가 “바사리의 프레스코화 ‘마르시아노 전투’가 걸린 벽 뒤에 다빈치가 1505년 그린 ‘앙기아리 전투’ 벽화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조사에 나섰다.
‘앙기아리 전투’는 다빈치가 1505년 베키오 궁전 벽에 유화로 그리기 시작했으나 기술적인 문제로 녹아내려 포기했던 미완성 작품. 벨기에 화가 루벤스가 다빈치의 벽화를 모사한 ‘앙기아리 전투’가 현재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 있다.
세라치니 교수는 수십 년간 서모그래피(온도기록 측정법), X선 등을 활용해 바사리의 벽화를 조사해 왔다. 내시경 카메라를 이용한 조사는 2009년 세라치니 교수의 작업에 관심을 가져온 마테오 렌치 피렌체 시장이 당선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1월 중순 이번 조사의 모든 과정을 다큐멘터리와 특별판 잡지로 독점 공개하는 조건으로 25만 달러(약 2억8700만 원)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문화재보호협회를 포함한 전 세계 예술사학자 300명은 이번 조사에 대해 “문화재 파괴행위”라며 당장 중지해 줄 것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 제출을 주도한 토마소 몬타나리 나폴리대 교수는 “예술사학적 고증 없이 함부로 문화재를 파괴하는 ‘로또 복권’식 조사”라고, 알렉산드리 모톨라 몰피노 문화재보호협회 회장은 “매스컴을 통한 돈벌기 수단”이라고 비난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