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송나라에 머물고 있을 때 세자 시절의 등나라 문공이 찾아오자 인간의 본성이란 누구나 선하다는 점을 설파했다. 세자가 초나라에서 돌아오면서 다시 방문하자, 맹자는 堯(요)舜(순)이나 평범한 인간이나 모두 선한 본성에 따라 나가는 것이 도라고 강조했다. 그러고서 成한(성간), 顔淵(안연), 公明儀(공명의)가 성현과 보통사람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언급했던 말들을 인용해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했다. 이어서 등나라는 비록 영토가 작지만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으리라고 권고했다. 善國은 선을 실행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맹자’ 7편(각각 상하로 나뉨)을 보면 맹자는 제나라, 양나라(위나라), 등나라, 송나라의 군주에게 仁義의 정치를 권하면서 요임금과 순임금을 그 모범으로 인증했다. 그런데 맹자는 등나라 문공에게 ‘오히려 선을 행하는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했고, 또 ‘후세 자손에게 반드시 왕 노릇 하는 사람이 나올 것입니다’라고 했다. 등문공이 바로 왕 노릇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 정조대왕이 질문을 하자 한 학자는 ‘주나라 문왕은 사방 백 리로 일어났지만 등나라는 오십 리에 불과했으니 등나라 문공이 주나라 문왕을 스승으로 삼는다 해도 너무 미약하거늘 어찌했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천하에 왕 노릇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영토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