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설기현.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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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포항 스틸야드. 주심의 종료휘슬이 울리자 포항 선수들은 모두 무릎을 꿇었다. 올 시즌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자랑하며 ‘신바람 축구’를 선도했던 포항은 PO에서 울산을 만나 고개를 숙였다. K리그에서 숱한 명승부를 연출했던 포항과 울산은 이번에도 격전을 펼치며 많은 후일담을 남겼다.
●…‘설기현 더비’다운 경기였다. 스틸야드를 가득 메운 2만 포항 팬들은 울산 설기현(사진)이 볼만 잡으면 심한 야유를 쏟아냈다. 후반 27분 모따의 반칙으로 설기현이 PK를 얻어내자 야유는 극에 달했다. 울산 선수들은 일제히 설기현에게 “형이 PK를 차라”고 말했다. 설기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설기현은 노련했다. 킥을 하라는 주심 휘슬이 울리자마자 재빨리 오른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포항 팬들이 본격적으로 야유를 하기 전이었다. 설기현은 “지난 수원과 준PO 승부차기 실축도 만회하고 싶었다. 만약 못 넣어도 후배들이 아닌 내가 모든 욕을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울산 팬들의 대표 응원가는 가요 ‘잘 있어요’다. 이 노래와 포항에 얽힌 사연이 있다. 울산은 포항과 중요한 경기에서 만날 때면 이기고 있다가 응원석에서 ‘잘 있어요’를 부른 뒤 역전당한 적이 많았다.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됐다. 그래서 요즘에는 후반 45분부터 이 노래를 부른다. 이날도 울산이 1-0으로 앞서고 있다가 전광판 시간이 후반 45분이 되자 울산 응원석에서 ‘잘 있어요’ 노래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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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