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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의 사슬 끊어가는 지구촌 여성들]기니섬 원주민 노점상 단체 ‘마마 마마’… “장터 철거 말라”

입력 | 2011-11-26 03:00:00

침묵의 저항




태평양 작은 섬 기니의 중앙시장에서 장사를 준비하는 여성 행상(왼쪽). 시장 철거에 맞선 기나긴 싸움 탓인지 지쳐 보이는 그의 옆에 아이들이 기운 없이 앉아 있다. 사진 출처 영국 뉴인터내셔널리스트

그곳엔 언제나 장이 섰다. 그것도 수백 년째. 동틀 무렵 몇 시간을 맨발로 걸어온 여인네들이 여명(黎明)을 등지고 모여든다. 온갖 야채와 먹거리를 한숨으로 머리에 짊어진 채. 평생 저잣거리에서 가족을 먹여 살려온 인생. 그곳 사람들은 그들을 ‘마마 마마(mama-mama·우리 엄마)’라 부른다.

영국 시사월간지 뉴인터내셔널리스트는 이달 호에서 척박한 삶의 끝자락에서 흔들리는 생존권을 놓고 싸우는 한 여성단체 ‘마마 마마’를 소개했다. 원래 마마 마마는 오세아니아 뉴기니 섬 서부의 원주민 여성 노점상들을 일컫는 말. 정부의 탄압과 사회의 무신경에 맞선 수백 명의 여성은 자신들이 줄곧 불리던 이름 그대로 조직을 만들었다.

사실 이곳 원주민 ‘파푸안’은 오랜 세월 갖은 억압에 시달려왔다. 식민지 시절 영국의 지배를 받던 섬 동부는 1975년 파푸아뉴기니로 독립한 반면, 네덜란드가 점유하던 서부는 1945년 네덜란드가 물러나며 인도네시아 땅(웨스트파푸아 주 자야푸라 시)이 됐다. 원주민의 처지에선 지배 세력의 피부 색깔만 바뀐 셈. 당시 고착된 사회구조 탓에 원주민 대다수는 여전히 극빈층에서 허덕인다.

특히 원주민 여성들은 질긴 악습의 사슬에 시달린다. 극단적 남성 우월주의 아래 남편이 놀고먹는 동안 아내 홀로 가사와 생계를 책임진다. 가정폭력도 다반사고, 딸들은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닌다. 마마 마마가 자리 잡은 자야푸라 중앙시장도 날품팔이로 푼돈이나마 벌어야 했던 원주민 여성들이 세대를 거쳐 모여든 ‘눈물의 터전’이다.

평생 희생밖에 몰랐던 삶. 그러나 주정부의 시행령 하나가 마지막 인내심을 끊어 놓았다. 올해 초 도시개발을 이유로 수백 년 이어진 노점시장을 도시 바깥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것. 인적도 드문 외곽으로의 이동은 마마 마마에게 죽음을 의미했다. 결국 그들은 ‘저항’을 선택했다.

조직을 꾸렸다지만 마마 마마의 싸움은 별다른 게 없다. 장사하던 자리에서 그저 버티는 것뿐이었다. 그러자 주정부는 급수를 끊고 화장실을 없앴다.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고 마구잡이로 잡아들였다. 공무방해죄로 벌써 100명이 넘는 여성이 끌려갔다.

돌파구는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가족을 위해 싸우는데 원주민 남성들은 딱히 도우려 하질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 장사 밑천을 사채로 마련해 시장이 막힌 동안 불어난 빚도 족쇄가 됐다. 마마 마마의 일원인 마그다라 씨는 “마지막까지 버티자 다짐했지만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며 “세상에 우리 처지를 알려 도움을 얻는 데 모든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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