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돈은 기름진 음식과 같아
《 많은 사람들은 행복의 가장 큰 조건으로 경제적 부를 생각한다. 경제 사정이 나쁘고 취업도 힘들어지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이 낮아도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며 경제적 조건과 행복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행복을 연구하는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들은 행복과 경제적 여건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나.(nama***) 》
아프리카와 같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대륙은 그래서 국가별 행복 순위와 GDP 순위가 엇비슷하다. 아시아의 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가 매우 행복하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으나 학계에서 인정하는 정설은 아니다. 수많은 연구 자료에서 방글라데시는 세계 중하위권 수준의 행복 수치를 보인다.
하지만 한 국가 혹은 개인이 경제적 결핍 상태에서 벗어나면 돈은 전과 같은 강력한 ‘행복 약효’를 발휘하지 못한다. 한 국가의 1인당 GDP가 약 1만 달러 수준의 문턱을 넘으면 행복과 돈의 관계는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돈과 행복 사이에 중요한 매개 요인들이 끼어드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자유감이다. 즉 어느 정도의 경제 발전을 이룩하면 돈은 개인이 일상에서 누리는 자유를 증진시키고, 바로 이 늘어난 자유로움 때문에 행복이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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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구들은 지나치게 돈을 추구하는 삶(물질주의)은 행복의 독소가 될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돈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돈을 생각할수록 행복의 가장 중요한 토대인 사회적 관계를 과소평가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돈은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자기충만감을 일으켜 행복의 뿌리가 되는 대인 영역에 치명적 손상을 준다. 행복의 수단에 불과한 돈을 과하게 추구하면서 오히려 행복으로부터 멀어지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서은국 연세대 교수·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