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해외 진출을 결심한 건 조금 힘들더라도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힘든 길에서 성취감을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롯데와 4년 계약을 하면 더는 도전할 기회가 없어져 후회할 것 같았다는 거다. 그는 “롯데를 떠나게 돼 팬들에게 죄송하다”라면서도 “많은 고민 끝에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고 싶고 일본 야구를 넘고 싶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올해 박찬호와 이승엽이 뛰었던 오릭스 입단이 유력하다. 일본 언론들은 이대호가 2년간 5억 엔(약 74억 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에서 통산 타율 0.309에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한 이대호는 130kg이 넘는 거구임에도 몸이 유연하고 임팩트가 좋다. 변화구와 직구를 가리지 않고 잘 친다. 밀어치기에도 능하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야구는 환경이 다르다. 이대호의 일본 진출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 “일본에서도 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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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에서 코치 생활을 했던 김기태 LG 감독도 이대호의 실력이라면 일본에서 충분히 통한다고 했다. 이대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국제대회에서 중심 타자로 뛴 만큼 25홈런에 90타점 이상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바 롯데에서 올 시즌 퇴단한 김태균 역시 이대호의 성공을 낙관했다. 그는 “일본 야구가 한국보다 한 수 위이지만 대호 같은 A급 선수는 일본에서도 통한다”고 말했다.
○ “日 야구에 적응 쉽지 않을 것”
이대호가 뛰어난 선구안을 가진 거포지만 일본의 현미경 야구를 넘어서긴 쉽지 않다는 걱정도 만만찮다. 이순철 KIA 수석코치는 절반의 성공에 그친 김태균과 이대호를 비교했다. 김태균은 볼을 몸 뒤쪽에 붙여 타격을 하는데도 일본에서 포크볼 등 유인구에 속았다. 김태균에 비해 체중 이동을 하며 타격하는 이대호가 유인구를 참기는 쉽지 않다는 거였다.
한 현역 감독도 “일본 투수들의 제구력은 한국 선수들과는 격이 다르다”며 이대호가 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본 투수들은 몸 쪽으로 위협구를 던지고 뚝 떨어지는 포크볼을 던지곤 한다. 외국인 타자가 타격감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승엽과 김태균 등 최고 타자들이 고전했는데 이대호도 이를 극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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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