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라커룸에선 무슨 일이…
단 한 번의 승부를 위해 모든 걸 쏟아 부었다. K리그 6강 챔피언십이 시행된 이후 부산이 가을잔치에 초대된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유난히 무명 선수가 많았기에, 더욱이 승부조작 파문으로 주전 수비수들이 대부분 증발했기에, 부산의 PO 진입 자체만으로도 놀랄만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수원전을 앞둔 부산의 라커룸은 비장했다. 부산 안익수 감독은 팀 미팅 때 “새로운 역사가 너희를 기다린다. 열정으로 너희들의 발전을 직접 확인해보자. 멋진 행보를 지금 시작해보자”고 투지를 불태웠다.
고개를 푹 숙이고 필드를 나오는 부산 아이들(안 감독은 늘 선수들을 ‘우리 아이’라고 불러왔다)의 눈가에는 이슬이 촉촉했다. 특히 올 시즌을 끝으로 경찰청 입대를 앞둔 양동현이 가장 많이 울었다.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스타는 중요한 순간 빛을 발한다”던 스승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미안함의 의미였다.
안 감독은 “충분히 잘했다. 올해의 주인공은 바로 너희들”이라고 했지만 패배의 여운은 기대감 못지않게 짙기만 했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