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교통안전공단의 인사 비리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매직(賣職) 풍토가 아직도 온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공단에서는 임원 승진과 좋은 보직을 위해 뇌물을 주고받는 것이 관행처럼 돼 버렸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교통안전공단의 첫 임원급 보직인 처장으로 승진한 12명 가운데 5명이 인사위원들에게 청탁 명목으로 최고 3000만 원까지 줬다. 인사 특혜를 바라고 금품을 제공해 불구속 입건된 직원만 20명이고 인사 비리에 연루된 인원이 41명이나 된다. 인사 비리가 공공연한 나머지 과장 부장 승진은 1000만∼2000만 원, 전보 인사는 200만∼300만 원이란 뇌물 액수가 정해져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직원 자녀의 비정규직 채용 청탁에도 500만 원이란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직원들이 이런 돈을 어디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검사 등을 전담하는 국토해양부 산하 기관이다. 각종 권한을 이용해 받은 뇌물로 엽관(獵官)을 했다면 썩을 대로 썩은 조직이다.
노조도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인사위원회에서 의견을 제시할 권한이 있는 점을 악용해 비리에 개입했다. 1996년부터 2004년까지 9년 동안 노조위원장을 지낸 김모 씨와 후임 정모 노조위원장이 각각 1억여 원과 53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 공단이나 공기업에서 낙하산 기관장이 임기만 채우고 떠나다보니 노조위원장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이번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