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논설위원
생각보다 직감이 중요한 전자매체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매체)는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체를 구전(口傳), 글과 인쇄매체, 전자매체로 구별한다. 입에서 입으로 소식을 전하던 시대에는 메시지는 기억하기 쉬운 운문에 적합해야 한다. 운문은 시인의 것이고, 시인은 운문으로 그 사회의 기억을 전해주는 사람이었다. 글이 발명되고 메시지는 산문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운문은 기억을 위한 것이지만 산문은 성찰을 위한 것이다. 메시지는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전달됐다. 전자매체의 등장으로 다시 상황은 변했다. 메시지는 즉각 전송되고 즉각 응답을 원한다. 인쇄매체에서는 성찰이 먼저이고 반응은 나중이지만 전자매체에서는 반응이 먼저고 성찰은 나중이다. 생각보다 직감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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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뜬 것은 참을 수 없이 가볍게 재잘거리기 때문이다. 거짓도 진실인 것처럼. 아니 거짓이든 진실이든 뭔 상관이냐는 태도로, 쫄지 않고. BBK 사건의 에리카 김이 ‘눈 찢어진 사람’과 불륜 관계였다고 말할 때도 쫄지 않고. 어차피 ‘꼼수’인데. 미국소 먹으면 광우병 걸리고 천안함은 스스로 좌초하거나 미군이 쏜 어뢰에 맞은 거다. 사실이든 아니든 뭘 어차피 ‘꼼수’인데.
재잘거리기 위해서는 정신 자세를 바꿔야 한다. 근엄함, 혹은 그 반대의 한 쌍인 열등감 같은 것은 집어던져라. 김어준이 잘 재잘거리는 것은 스스로 삐끼요, 딴지요, 꼼수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그는 조국의 ‘진보집권플랜’에 흐르는 ‘진보적 엘리트 특유의,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공기처럼 흐르는, 우아하고 거룩한 오만이 재수 없을 수 있겠다’ 싶어 ‘닥치고 정치’를 냈다고 말했다.
생각해보고 나서 정리해서 말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인쇄시대적 사고다. 재잘거리기 위해서는 말이 앞뒤가 맞는지 따지는 것을 일단 접어둬라. 먼저 반응을 띄우고 느낌을 말하고 그러고 나서 따져보는 것이 순서다. 또 재잘거리기 위해서는 꼼수라도, 꼰대라도 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진보는 꼼수라고 자처하는데 보수에는 꼰대로 보이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만 있어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말하고 나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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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의 논객은 네트워크로 생산되고 분배되는 정보에 익숙하다. 스스로를 유일한 발신자로 생각하지 않고 여러 혹은 많은 발신자 중의 하나로 여긴다. 그렇다고 진실한 발신의 의무가 약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위로서나 그렇고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재잘거릴 수 있는 것은 이런 구조 속에서다. 좋든 나쁘든 시대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