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세의 뒷골목 풍경/양태자 지음/1만5000원·252쪽·이랑
거지들이 우후죽순으로 불어나자 15세기 이후 독일의 몇몇 시 당국은 거지들에게 메달로 된 ‘거지증서’를 발행해 증서를 가진 거지들만 제한된 지역 안에서 구걸하도록 했다. 단속도 심해져 거지가 불법으로 구걸하다 적발되면 성 밖으로 쫓겨나거나 두들겨 맞았고 심지어 사형까지 당했다. 1550년 독일 뮌스터에서는 거지들의 구걸 시간을 법으로 정했다. 오전에만 구걸할 수 있었고 오후에는 일반 시민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구걸이 금지됐다.
12, 13세기 유럽에는 공중목욕탕이 활황을 이뤘다. 14세기 초부터는 목욕탕에서 결혼식 피로연까지 열 정도였다. 목욕탕은 사람들이 거나하게 먹고 마시는 데서 나아가 남녀 혼탕과 매춘까지 벌어질 정도로 문란해졌고 매독과 흑사병 등이 창궐하자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이후 중세인들은 잘 씻지 않는 대신 향수로 악취를 숨겼다.
매춘부들은 천국에 가고 싶어 수입의 상당 부분을 교회에 예물로 바쳤고, 사형집행인은 죄수의 목을 한 번에 베지 못하면 군중에게 맞아 죽기도 했다. 쌍둥이가 태어나면 여자가 여러 남자와 잠을 잤기 때문이라고 여겨 쌍둥이를 버리는 일도 많았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