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을 우습게, 심지어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최 이사처럼 대학시절 주체사상에 빠져 ‘대한민국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해온 나라’로 폄훼했던 대학 총학생회 간부 출신들이 새로운 시각에서 우리 역사를 독하게 공부하고는 ‘파란만장 코리아 오매불망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냈다. 역사 속 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어서 상상력이 동원된다. 하지만 소설적 상상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 역사서술에도 힘썼다. 비숍의 저작물을 근거로 ‘한국인의 명민함과 교육에 대한 열정이 대한민국 기적의 저력’임을 규명했다.
▷책에서 전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허현준 남북청년행동 협동사무처장은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 “꼭 유신체제를 할 수밖에 없었느냐”고 물어 “중화학공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대답을 듣는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강도를 더해 가는데 미국은 한국에서 발을 빼려 하고 있었다고 안보상황도 거론한다. 2000년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 이두균은 북한 인권 운동을 막는 남한 내 종북(從北)세력에 대해 “부디 그들에게 전해주게. 인생을 죄악으로 밀어 넣지 말라고. 나 하나로 족하다고”라고 말한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