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자의 눈/최창봉]국회 때문에 반복되는 대법관 공백사태

입력 | 2011-11-18 03:00:00


최창봉 사회부 기자

“해박한 법률 이론과 합리적 성품으로 높은 신망을 받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많은 기여를 해왔다.”

9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채택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김용덕 박보영 대법관 후보자를 각각 이렇게 평가했다. 김 후보자의 골프회원권 보유나 박 후보자의 지나친 신중함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두 후보자 모두 대법관이 될 만한 성품과 자질을 갖췄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큰 흠결이 없어 무난히 대법관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였던 두 후보자도 당분간 업무를 볼 수 없는 ‘어정쩡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파동으로 공전(空轉)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당초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를 24일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도 함께 미뤄졌다. 대법원이 두 대법관의 취임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에서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이 20일 임기 6년을 마치고 퇴임하면 대법관 두 자리가 공석(空席)이 된다. 한미 FTA 비준에 대한 여야의 반목이 계속되면서 이번 대법관 공석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새 대법관이 취임할 때마다 이런 공석 사태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2004년 8월 취임한 김영란 대법관을 비롯해 양승태 김황식 박시환 김지형 양창수 민일영 이인복 박병대 대법관은 모두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 달 이상 기다리다 빈자리를 메워야 했다. 헌법재판관 한 자리도 6월 말 조용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뒤 4개월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다.

대법원이 연간 처리하는 상고심 사건은 약 3만6000건이다. 대법관 두 자리가 비게 되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0명의 대법관이 이 사건들을 나눠 맡아야 한다. 특히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던 사건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심리가 중단된다. 국회의 정쟁(政爭)이 고스란히 소송 당사자의 재판 지연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당리당략을 내세우며 싸우는 동안에도 또 다른 피해를 보는 국민은 없는지 눈을 돌려야 하는 게 정치인의 임무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서 빚어지는 파행 사태를 보면 국회의원들은 이런 임무를 잊고 사는 듯하다. 내년 7월 퇴임하는 대법관 4명과 임무 교대를 할 후임 후보자는 제때 정당한 평가를 통해 대법관직에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복(公僕)의 발목을 잡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최창봉 사회부 기자 ceric@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