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시장-라이크먼 美교수, 창의도시 콘퍼런스서 ‘디자인 토크’
16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존 라이크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를 시장 접견실로 안내하고 있다. 이날 박 시장과 라이크먼 교수는 서울시의 디자인과 문화 정책에 대해 1시간 동안 대담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 시장은 16일 오후 집무실에서 존 라이크먼 미 컬럼비아대 교수와 서울시의 디자인과 문화에 대해 대담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대담은 지난해 서울을 비롯해 유네스코가 창의도시로 선정한 도시의 시장들이 모여 16일부터 이틀 동안 개최하는 콘퍼런스 행사의 일부로 진행됐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야당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무소속 후보였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갈망이 승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공동정부 구성을 앞둔 시점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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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디자인 사업의 성과가 적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시민 참여가 부족했고 과도한 예산이 들어간 것은 문제다. 시장 취임 전부터 공공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특히 많았다. 2006년에는 지하철 손잡이의 높낮이를 달리하는 방법을 시민들로부터 제안받기도 했다. 이런 게 시민 참여형 디자인 정책이 아닐까 한다. 시민의 삶이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것이 아름답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전문가보다는 많은 시민을 초청해서 아이디어도 얻고 그 아이디어를 숙성시키려고 한다.
―이 같은 박 시장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그렇게 되면 문화 예술이 발전하는가.
▽라이크먼 교수=정책 추진 과정에는 항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진행됐던 정책에 시민들이 직접 의견을 제시하고 추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 예술가들이 국제적인 무대에서 활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민들이 창작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만큼 예술가들의 국제 활동도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교수께서는 미술사의 권위자이기도 하지만 사고와 철학 예술 등 여러 요소를 융합해 사회 현상을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젊은층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데 지금 세대가 문화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분노’가 어떤 개념과 접목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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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이번 선거에서 내가 당선된 것도 그런 경향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정당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무소속 후보였다. 무소속 후보로서 집권 여당 후보를 이긴 원인은 시민들의 현재 정치에 대한 분노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고통받는 20, 30대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지 않았나. 여기에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컸다. 이것은 전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시장으로서 고통받는 계층, 특히 젊은층의 분노를 어떤 정책으로 달랠 수 있을지 밝혀 달라.
▽박 시장=한국이 세계 10위권에 해당하는 경제대국을 이뤘지만 분배나 복지가 그만큼 성장하지 못해 사회 전반에 절망과 분노가 팽배하게 됐다. 복지라고 하면 아직도 단순하게 낭비이고 공짜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복지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고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봐야 한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