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사, 재협상 위해 영국행유치 원하는 국가 많아 난망
‘700억 원이 넘는 개최권료와 중계권료를 과연 낮출 수 있을까.’
F1(포뮬러원)대회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준영 전남지사가 16일 영국으로 출국했다. F1 대회 운영사인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의 버니 에클레스턴 회장을 만나 담판을 짓기 위해서다. 지난달 영암에서 F1 대회가 끝난 뒤 “F1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개최권료를 낮추는 게 급선무”라며 재협상 의지를 밝힌 지 한 달여 만이다. 에클레스턴 회장과의 면담은 17일(한국 시간)로 잡혀 있다.
F1조직위는 올 F1 대회를 위해 개최권료 480억 원과 TV중계권료 160억 원 등 모두 640억 원을 FOM에 지급했다. 운영비 300억 원을 포함한 F1 대회 전체 지출비용(940억 원)의 70%에 달하는 액수다. 이처럼 막대한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올 F1 대회는 결국 660억 원의 적자를 떠안게 됐다.
광고 로드중
하지만 협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에클레스턴 회장은 최근 외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개최권료 인하 요구를 일축했다. 한국이 대회를 열지 않더라도 미국 등 F1 대회 유치를 희망하는 나라가 많다는 점도 협상에 걸림돌이다. 내년 대회 개최권료 지급을 위한 신용장(LC) 개설 만료 기한이 이달 25일로 다가와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것도 불리하다.
하지만 박 지사는 F1 코리아그랑프리의 성공을 위해서는 개최권료 인하를 통한 적자구조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한국의 개최권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다는 점도 집중 거론할 계획이다. 올해 치러진 전 세계 19개 F1 대회 중 싱가포르 한국 인도 등 아시아권 개최권료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F1 전문가들도 이번 재협상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개최권료와 중계권료 할증(10%)만 저지하더라도 성공이라는 시각이 많다. F1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재협상에서 성과를 얻더라도 FOM의 요구로 협상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실무협의를 위한 기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개최권료 재협상 결과에 따라 F1 대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개최권료 인하에 성공하면 F1코리아그랑프리는 적자 탈출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F1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