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장실에 모인 배우 전무송 씨(앞줄 가운데)와 ‘세일즈맨의 죽음’ 출연진.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는 연출을 맡은 이국희 감독.
12일 오후 5시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관객은 아버지와 함께 온 중학생과 고교생, 자녀를 결혼시킨 50대 후반 부부, 3040세대 직장인,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대학생, 손자가 많을 듯한 70대 부부 등 다양했다. 관객들은 “꼭 우리 집 이야기 같다”는 느낌으로 2시간 20분가량 이어지는 공연 내내 가족을 떠올리는 분위기였다. 1949년 미국에서 처음 공연된 연극이지만 시대와 관계없이 사람들의 가슴을 깨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버지를 맡은 연극계 원로 배우 전무송 씨(71)가 두 손에 큰 가방을 들고 힘겹게 걸어 들어오는 첫 장면. 자식을 키우면서 평생 세일즈맨(외판원)으로 살아온 아버지의 고단함과 쓸쓸함, 가정에 대한 책임, 자식에 대한 기대감이 가방에 들어 있는 듯하다. 60대 중반 부부가 두 아들을 걱정하며 나누는 이야기나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자식들과의 갈등은 보통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바로 이 풍경 때문에 관객들은 배우들의 연기를 그저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객석에서 자신이 마치 배우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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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채소 씨앗을 뿌리고 싶다는 아버지의 말은 ‘빈손’으로 갈 수 없다는 가장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이고 절규다. “뭔가 남겨야 한다. 자식들이 나를 우습게 알지만 내 장례식에 사람들이 몰려오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아이들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장례식에서 그를 보낸 사람은 결국 가족뿐이다. 마지막 장면은 가방을 든 아버지의 첫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아내의 말처럼 그의 죽음은 ‘출장 간 느낌’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삶’이다. 다음 달 9일까지 수 목 금요일(오후 7시 반), 토요일(오후 5시) 공연된다. 053-606-6323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