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성미산’-日 ‘아만토’ 마을예술교류-해외지원사업 나서
도심 속 예술 공동체를 지향하는 일본 오사카의 아망토마을 주민과 서울 성미산마을 주민이 연대와 협업을 모색하기 위해 만났다. 이들은 15일 서울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서 공연과 포럼을 함께 연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니시오 씨가 들려준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이곳의 공식 지명은 나카자키(中崎) 정(町). 그가 2001년 당시 120년 된 2층짜리 고택을 개조해 카페 ‘살롱 드 아만토’를 연 게 시작이었다. 폐품을 재활용해 리모델링한 이곳에 예술가와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함께 영화와 연극을 만들고 무대에 올려보자는 생각에 힘을 모아 독립영화 전용 극장과 전용 공연장(천연예술연구소)을 만들었고 바, 레스토랑, 서점, 라디오방송국 등을 차례로 세웠다. 카페와 극장 등에서 난 수익의 일부는 지역사회나 해외 난민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했다.
아만토 마을에서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주민 공동체 성미산마을을 떠올린 고 교수는 귀국하자마자 성미산에 아만토의 존재를 알렸다. 성미산마을은 1994년 맞벌이 가정 20여 가구가 터를 잡고 방과후 교실, 대안학교, 생협 등을 차례로 만들며 생겨난 마을. 주민들이 공동투자한 카페와 나눔가게, 유기농음식점 등도 있다. 마을의 중심에는 성미산마을극장이 있고 홍익대 인근이라는 특징 때문에 예술가들도 모여들었다. 주민과 예술가들이 땀 흘려 연습한 연극이나 무용이 마을극장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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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1일, 마침내 니시오 씨를 비롯한 아만토 주민 5명이 성미산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17일까지 여기서 지진 피해 일본 어린이와 조선학교 어린이 돕기 그림전, 한일 지역예술교류 포럼, 댄스 워크숍 등을 연다.
12일 저녁 성산동의 한 식당. 댄스 워크숍을 마친 니시오 씨, 가지쓰타 미나미 씨(24)가 고 교수, 유 극장장과 밥상 앞에 둘러앉았다. 니시오 씨는 “아만토에선 우리가 직접 건물을 리모델링하는데 여긴 전문가의 손길이 닿아서인지 건물들이 훨씬 멋지다”며 웃었다.
성미산마을과 아만토마을은 예술 교류를 지역과 해외 나눔을 위한 협업으로 발전시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니시오 씨는 “일본 동북부 지진 이후 자선 문화 행사와 모금을 하며 늘 재난에 노출돼 있는 동아시아 예술가들과의 연대를 꿈꿨다. 제3국을 돕는 활동도 함께 벌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만토 주민들은 지진 피해 지역의 파티시에와 손잡고 ‘아만토롤(롤케이크)’을 만들어 팔아 수익금을 기부하고, 필리핀 소수민족 분쟁 지역을 매달 찾아 예술 교류와 지원 사업도 벌인다. 필리핀의 질 좋은 커피와 물품 구매를 일본에 중개해 양국이 윈윈하는 사업도 계획 중이다. 유 극장장도 “아만토의 활동에 감명을 받고 있다. 이번 교류가 새로운 네트워크와 봉사의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아만토 예술가들과 성미산 주민들은 15일 성미산마을극장에서 공연과 포럼을 진행하며 하나 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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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