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자 전쟁 1, 2/김진경 지음/296, 232쪽·각 1만1000원·문학동네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유리’는 잃어버린 고양이를 지하철에서 찾다가 우연히 정체 모를 할머니를 만난다. 그 할머니의 도움으로 미지의 세계인 ‘잃어버린 것들의 도시’로 가는 지하철을 타게 된다. 그곳은 ‘어머니의 숲 여왕’이 다스리는 곳이었지만 ‘산카라’라는 악의 근원이 지배한 뒤 폐허로 변한 곳이었다. 힘이 커진 산카라는 인간 세계까지 지배하기 위해 자신의 심복인 ‘달팽이 모자를 쓴 사람들’을 보내고, 결국 ‘잃어버린 것들의 세계’와 인간 세계가 모두 위험에 빠지게 된다.
판타지 소설의 매력이라면 작가가 창조한 거대한 판타지 월드를 여행하는 것. 사람들이 버리거나 잃어버린 각종 물건과 사람들이 ‘잃어버린 세계’에 쌓여 있다는 설정은 신선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전에 읽은 듯한 ‘낯익음’의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유리가 ‘검은 무사 하라’ ‘사냥꾼 솔본’ ‘허깨비 야바달’ 등의 도움을 받아 원정대를 꾸리고 산카라가 있는 ‘그림자의 탑’을 향해 가는 험난한 여정은 ‘반지의 제왕’을 연상케 한다. 비밀 통로를 통해 인간 세상과 잃어버린 세계가 순간 이동처럼 이어지는 설정은 ‘나니아 연대기’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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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제공
현실과 가상 세계를 오가며 펼쳐지는 유리와 산카라의 대결은 흥미롭다. 하지만 유리를 뺀 다른 등장인물이 각자 독특한 매력을 가지지 못하고 유리를 돕기만 하는 조연 역에 그치는 것은 아쉽다. 유리 쪽 세력에만 10명이 넘는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산만하기도 하다.
작품은 퓨처 컴퍼니가 현실 세계를 지배하면서 학생들을 성적 지상주의자로 키우고, 상인들에게는 일방적으로 통합된 할인 카드를 사용하도록 강압하는 과정을 그린다. 우리 사회의 지나친 교육 경쟁, 대기업의 횡포 등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그 메시지가 너무 직설적이어서 판타지 소설의 환상과 들어맞지 않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