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O2/장현갑 교수의 ‘마음 건강’] 마음을 바꾸면 뇌도 바꾼다

입력 | 2011-11-05 03:00:00

뇌를 긍정회로로 바꾸는 ‘21일의 법칙’




명상 등 마음수련을 통해 뇌의 구조를 바꿀 수도 있다. 티베트 승려들은 긍정적 감정과 연관된 왼쪽 전전두피질이 일반인에 비해 활성화돼 있다. 동아일보DB

최근 신경과학에선 ‘신경가소성(神經可塑性·Neural Plasticity)’이란 개념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신경가소성, 특히 뇌의 신경가소성이란 뇌의 신경회로가 외부의 자극과 경험, 학습에 따라 구조 및 기능적으로 변화하거나 재조직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분석해 보면, 음악과 언어적 기능을 담당하는 브로카란 영역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월등하게 크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점자를 익힌 시각장애인들은 집게손가락을 지배하는 뇌 부위가 확장돼 있다.

경험과 학습 거듭하면 뇌 구조 변해

최근 발표된 연구 가운데 수학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수학자들의 사고, 추상, 분석을 담당하는 뇌 부위는 해가 지날수록 조금씩 커졌다. 수학과 관련한 뇌 부위가 가장 큰 사람은 수학 공부를 가장 오래한 사람이었다. 영국 런던의 택시 운전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그들의 두뇌에서 해마란 부위가 일반인에 비해 더 발달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마는 기억의 저장과 떠올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택시 운전사들은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손바닥 보듯이 정확히 기억해야 한다.

이런 모든 사실은 우리가 오랫동안 무언가에 대한 경험, 생각, 또는 학습을 거듭하면 뇌가 구조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뜻한다. 이럴 때는 뇌를 구성하는 1000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뉴런) 사이에 새로운 연결이 이뤄져 특정 부위가 양적으로 팽창한다. 뇌세포도 근육세포처럼 사용하면 할수록 더 크게 성장한다는 뜻이다.

반면 사용 빈도가 줄어들면 뇌세포의 밀도가 줄어든다. 오른손을 며칠 동안 계속 반복적으로 구부려 보자. 그러면 오른손의 운동을 지배하는 뇌 부위가 전보다 확장된다. 이 부위에 있는 뇌세포들 간의 연락망이 보다 촘촘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동을 그만두거나 운동 대상을 왼손으로 바꾸면 오른손의 운동을 지배하는 뇌 부위가 위축된다. 그 대신 왼손의 운동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확장된다.

생각을 바꾸면 뇌가 바뀐다

신경가소성의 원리에 따르면 생각에 따라 뇌의 구조와 기능이 바뀔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면 기존의 생각에 관련된 뇌세포들 간의 연결은 약해지고, 새로운 생각과 관련한 뇌세포들 사이의 연결은 더욱 강화되고 공고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여러 가지 실험 결과로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명상과 같은 마음수련을 통해 뇌의 구조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 위스콘신대의 리처드 데이비슨 감성뇌과학연구소장은 2006년 뇌파측정(EEG)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감정을 지배하는 뇌 반구 결정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실험에서 사람들이 불안, 분노, 우울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는 오른쪽 전전두피질(뇌의 맨 앞쪽에 있는 전전두엽)이 활성화됐다. 반면 낙관, 열정, 활력 같은 긍정적 감정을 느끼면 왼쪽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됐다.

데이비슨 소장은 달라이 라마의 도움을 받아 10∼50년 명상을 한 티베트 불교 승려 175명의 뇌 활동(좌우 전전두피질의 활성 상태)을 측정했다. 놀랍게도 175명 모두가 긍정적 감정과 연관된 왼쪽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돼 있었다.

이들 가운데 해피 게세란 스님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이 스님을 만나기만 해도 행복감을 느꼈다. 연구 결과 해피 게세 스님의 경우 왼쪽 전전두피질의 활성이 전체의 99.7%를 차지했고, 오른쪽의 활성은 0.3%에 불과했다.

명상을 수련한 사람들의 섬피질, 감각피질, 전전두피질의 두께가 일반인의 그것에 비해 0.10∼0.20mm 더 두껍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피질들은 감각에 집중하고, 한 가지 생각을 지속하며, 연민과 공감을 느끼는 것과 관련이 있다. 명상을 하면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을 생성하는 신경세포체의 밀도가 높아진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앞서 이야기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매사에 불평과 불만을 하는 사람의 뇌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처리하는 부위가 특히 발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사람은 부정적 생각을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불행의 구렁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만약 부정적 생각을 가진 사람이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꾸거나 감사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뇌는 긍정과 행복 쪽으로 바뀔 것이다.

구체적으론 21일 동안만 긍정적 생각을 시도해 보자. 미국의 의사 맥스웰 몰츠는 무엇이든 21일 동안만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21일 법칙)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의 뇌는 충분히 반복해 회로(시냅스)가 형성되지 않은 일에 저항한다. 그러나 21일 동안 무언가를 반복하면 생각이 대뇌피질에서 뇌간까지 전달되고 각인돼 저항감이 없어진다. 21일은 두뇌 회로를 바꿔 ‘새로운 뇌’를 만드는 데 걸리는 최소 시간이다.

과거에는 인간의 뇌는 유아기에 완성된다고 봤다. 하지만 지금은 뇌가 죽는 순간까지 변화를 거듭한다는 게 정설이다. 조그만 소리를 듣거나, 짧은 생각을 할 때도 당신의 뇌에는 미세한 변화가 일어난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도 그 변화는 진행 중이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노력을 통해 ‘좋은 뇌’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영남대 명예교수·마인드플러스 스트레스 대처 연구소장 hkchang5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