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영화 ‘리얼스틸’ 동작 모방 로봇 현실서 충분히 가능

입력 | 2011-11-04 03:00:00

100m떨어져도 사람동작 그대로 따라해




2020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리얼스틸’에는 사람의 동작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로봇 ‘아톰’이 등장한다. 아톰은 아이의 춤을 흉내내기도 하고 주인공의 복싱 동작을 따라하면서 격투기를 하기도 한다. 드림웍스·디즈니 제공

“아톰이 코너에 몰렸습니다. 제우스가 강펀치를 날립니다.”

“옆으로 빠져나와!”

찰리 켄턴(휴 잭맨)이 열심히 외치지만 아톰은 움직이지 못한다. 켄턴의 지시를 듣고 격투를 하는 로봇 ‘아톰’의 음성인식장치가 고장 났다. 켄턴은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아톰을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동작인식모드’로 바꿨다. 링 위로 올라간 아톰은 켄턴을 따라 하면서 턱을 바짝 당기고 몸을 움츠렸다가 힘껏 주먹을 날렸다.

최근 국내에서 관객 200만 명을 넘기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리얼스틸’에는 격투기를 하는 로봇이 등장한다. 이 로봇은 춤이나 복싱 등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흉내 낸다.

○ 아톰 닮은 마루Ⅲ

지난달 2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 이곳에서 리얼스틸의 아톰 같은 로봇을 만났다.

팔과 다리, 머리 부분에 센서가 달려 있는 파란색 옷을 입은 연구원이 주먹을 쥐었다. 바로 옆에 있던 키 150cm의 로봇 마루Ⅲ도 주먹을 쥐듯 네 개의 손가락을 오므렸다. 연구원이 복싱 자세를 취하고 오른쪽 주먹을 천천히 앞으로 뻗자 마루Ⅲ도 펀치 동작을 흉내 냈다. 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며 상대를 가격하는 ‘어퍼컷’도 무리 없이 따라 했다. 주먹을 세 번 이상 계속해서 앞으로 뻗는 연속동작도 가능했다. 느리기는 하지만 아톰과 다를 바 없다.

연구원이 팔과 다리, 머리 부분에 센서가 장착되어 있는 옷을 입고 복싱 동작을 취하면 로봇 마루Ⅲ도 실시간으로 연구원의 동작을 따라한다. 마루Ⅲ가 복싱을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모션 캡처’ 기술 덕분이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마루Ⅲ가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모션 캡처’ 기술 덕분이다. 옷에 달린 센서는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팔과 다리에서 발생하는 위치값의 변화를 컴퓨터로 전송한다. 이 값을 데이터로 변환해 로봇에 전달하면 사람이 움직이는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다. 사람과 로봇이 직접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마치 실시간으로 사람의 동작을 흉내 내는 것처럼 보인다. 김성균 연구원은 “모든 과정이 일어나는 시간은 1초 미만”이라고 말했다.

마루Ⅲ는 현재 센서 부착 옷과 컴퓨터가 전선으로 연결돼 있다. 그렇지만 무선으로도 작동이 가능하다. 유범재 단장은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라면 수백 m 떨어져 있더라도 사람의 동작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루Ⅲ는 앞, 뒤, 옆으로 걸을 수 있다. 걷는 속도는 초속 0.3m. 아기가 아장아장 걷는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일본의 아시모는 초속 1.7m 정도로 달릴 수 있다”며 “마루Ⅲ는 달리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느린 편”이라고 말했다.

마루Ⅲ는 실제 복싱 선수처럼 펀치를 날릴 때도 빠른 속도로 움직이지는 못한다. 팔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전기모터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유 단장은 “마루Ⅲ는 처음 개발됐을 때 물건을 옮기는 간단한 동작 위주로 설계한 것이라 크거나 빠른 동작은 어렵다”며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모터로 바꾸고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설계하면 영화에서 나온 복싱 동작 모방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리얼스틸 로봇 만들려면

영화에서처럼 점프를 하거나 상대 로봇을 파괴할 만큼의 큰 힘을 내는 것은 아직 어렵다. 로봇의 무게를 이겨낼 만큼 강력한 전기모터가 없기 때문이다. 큰 힘을 내는 유압식 모터를 사용하면 가능하지만 기름이 들어가는 별도의 탱크가 있어야 한다. 유 단장은 “영화에서 로봇이 흘리는 액체는 유압식 모터에서 나오는 기름”이라며 “리얼스틸의 로봇은 내부에 기름탱크가 있는 것 같지만 현재 기술로는 구현해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움직임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카메라 센서도 필요하다. 아톰은 사람이 별도의 옷을 입지 않아도 동작을 따라 할 수 있지만 마루Ⅲ는 센서가 달린 옷을 입어야만 가능하다. 수백 명 사이에서 대상이 되는 사람 동작만 선별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유 단장은 “카메라 센서 기술과 전기 모터의 개발이 뒤따라 준다면 영화의 배경인 2020년께 리얼스틸의 로봇을 현실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