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야구였다. 자기 팀 선수가 홈런을 치면 헐크처럼 두 팔을 벌려 환호했다. 선수들의 힘을 북돋워 준다며 볼을 꼬집고 엉덩이를 두드리는가 하면 항의를 할 때는 전력 질주해 심판에게 달려갔다. 아쉬운 상황이 나올 땐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의 야구는 통상적인 자율 야구의 범주를 넘어서 있었다. 그라운드에서 직접 뛰지만 않을 뿐 선수들과 호흡을 함께했다. 훈련에서는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했고 경기에서는 전적인 신뢰를 보냈다.
시즌 중 지휘봉을 내려놓은 김성근 전 SK 감독과는 180도 달랐다. 이 대행이 8월 중순 김 전 감독의 뒤를 이은 뒤 선수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상당히 혼란스러워했다. 그렇지만 이 대행의 믿음의 야구가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감독대행 취임 후 19승 3무 18패를 거두며 3위로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고, 준플레이오프에서는 KIA를 3승 1패로 완파했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3승 2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겪는 극심한 피로는 이 대행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혈전을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SK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포수 정상호는 4차전을 앞두고 팀 훈련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필승 불펜의 핵심인 박희수는 제구력이 확연히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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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행은 “좋은 선수들을 키워주신 김성근 전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비록 준우승이지만 악조건 속에서 여기까지 올라온 우리 선수들이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새로운 야구를 팬 여러분께 보여드린 점에 대해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