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최근 베이징의 동아일보 지국사무실을 옮겼다. 이사는 짐이 많건 적건 골치 아픈 일이지만 베이징으로 상징되는 중국의 또 다른 모습을 체험하는 좋은 기회였다. 트럭에 짐을 싣고 새 사무실이 위치한 단지에 도착했다. 경비원(중국에서는 보안이라고 부른다)은 열쇠를 못 찾겠다면서 단지의 대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 많은 짐을 돌고 돌아 날라야 했다. 당초 3시간이면 끝날 일이 5시간이 넘어도 끝나지 않았다. 입이 부을 대로 부은 일꾼들에게 당초 약속한 금액보다 돈을 더 줘야 했다.
전화 이전은 더 큰 일이었다. 여러 차례 사전 문의를 통해 “이사 날 잠깐이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이사 이틀 전에 미리 이전해 놓으려 했다. ‘아뿔싸.’ 전화 설치기사는 “일이 밀려 있어서 적어도 나흘은 걸린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일이 밀려 있어도’ 주말은 칼같이 지켰다. 결국 엿새 만에 전화를 이전했다.
1GB(기가바이트)를 받는 데 몇 시간이 걸리는 인터넷 속도를 올려볼까 싶어 문의했더니 광케이블이 깔린 한국 일반 가정 수준의 속도로 올리려면 매월 최소 550만 원의 사용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신문은 아침에 배달되지 않았다. 관리실에서 한꺼번에 배달하는데 관리사무소 직원이 늦게 출근한다는 것이다. 옛 사무실 집주인은 이사 나올 때 사무실을 둘러본 후 보증금을 전액 돌려주기로 합의하고도 이사를 나온 지 5일 뒤에야 약속 금액보다 적은 돈을 돌려줬다. 이사 후에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당시 보이지 않던 문제가 나왔다는 것이다.
사소하지만 심신을 꽤나 피곤하게 만드는 생각 밖의 엉뚱한 일들이 자꾸 발목을 잡았다. 그것도 중국의 굴기(굴起·떨쳐 일어섬)를 상징하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말이다.
이사를 해보니 중국의 2% 부족한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실제로 중국은 하드웨어로는 한국을 바짝 쫓아왔지만 소프트웨어는 아직 한참 못 미친다. 게다가 소프트웨어는 금방 발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