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70%가 산인 한국은 태곳적부터 산과 친했다. 반도의 북측에 터를 잡았던 고구려가 첫 수도로 정한 곳은 해발 800m에 위치한 졸본성이었다. 산성까지 999개의 계단을 밟아 오르자니 이만저만한 등산이 아니었다. 100m의 직벽으로 둘러싸인 이 천혜의 요새로 오르는 네 갈래의 길을 오르고 올랐을 우리 조상은 모름지기 등산의 달인이었을 것이다.
▷산사나이 박영석 씨(48)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등정하던 중 연락이 끊겼다. 마지막으로 교신했던 내용이 “두 차례만 하강하면 다 내려온다”는 말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그는 2005년 히말라야 14좌, 남·북극 및 에베레스트,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정복해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영하 40도∼영하 60도를 오가는 극한의 추위 속에서 100kg이 넘는 무게를 짊어지고 두 달가량을 견뎌 북극점도 밟았다. 그는 “도전하는 자가 세상의 주인”이라며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했다. 백두산에서 고작 영하 10도 정도에 얼어 죽을 것 같다며 호들갑을 떨었던 나 자신이 새삼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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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