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수르트에서 교전중 생포후 숨져… 리비아 과도국가위 “전제정치 끝났다”
42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처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재스민 혁명의 열풍 속에 동토(凍土)의 나라 리비아에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지 8개월 5일 만이다.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는 20일 “NTC가 카다피의 최후 거점인 수르트(카다피의 고향)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카다피가 목숨을 잃었다”며 “혁명의 물결 속에 그가 운명적인 최후를 맞이했음을 전 세계에 선포한다”고 밝혔다. 압델 하페즈 고가 NTC 대변인은 “리비아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며 “독재자의 전제정치가 드디어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고가 대변인은 “교전 상황에서 심각하게 다친 카다피를 생포했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며 “현장 지휘관이 NTC에 그의 사망을 공식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카다피 시신은 NTC군에 의해 수르트에서 인근 미스라타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카다피가 생포된 뒤 이송되는 상황에서 사망한 건지 현장에서 사살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전했다. NTC는 공식 발표에 앞서 “카다피군 최후 거점인 수르트를 점령했으며, 양 다리를 심각하게 다친 카다피도 생포했다”고 발표했다. AFP통신은 “NTC 측이 찍은 동영상과 휴대전화 사진을 보면 카다피를 둘러싸고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카다피가 미동이 없어 당시 살아있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NTC가 수르트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카다피의 최측근이던 압둘 파타 유니스 전 국방장관도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