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재벌들은 온갖 편법을 통해 상속세를 내지 않고 천문학적인 부를 자식들에게 대물림해주고 있어 '1%와 99%'으로 표현되는 불공정성은 한국이 미국보다 심각한 상태다.
●소득 격차 확대 갈수록 심화
우리나라 2인 이상 도시가구 평균 소득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98만 4169 원에서 지난해 189만 4988 원으로 92.5% 증가했다. 하지만 커진 파이는 잘 사는 계층으로 집중됐다. 소득별로 10등분해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하위 10%) 계층의 평균 소득은 같은 기간 38만 2662 원에서 59만 9981 원으로 56.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10분위(상위 10%) 계층은 165만 8007 원에서 328만 9915 원으로 98.42% 늘어났다.
소득 분배의 불균형 수준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 1997년 0.264였던 지니계수는 2009년 0.320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0.315로 주춤했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 숫자로 표현되는데 1에 가까울 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보통 0.4를 넘기면 불평등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가운데 소득(중위소득)의 50% 미만을 버는 인구 비중을 보여주는 상대적 빈곤율은 1997년 8.7%에서 2010년 14.9%까지 높아졌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1~8월 평균 우리나라의 경제고통지수는 8.1%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7.8%보다도 높아졌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한 값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삶의 어려움을 계량화해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의 성장 회복이 미흡한데 따른 고용 불안과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에 의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대내적으로는 농산물 가격 급등 때문에 경제고통지수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국제 기준으로도 심각한 양극화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도는 전세계 주요국과 비교해도 그리 좋지 않다. 탄탄한 복지 시스템이 무너져 빈부격차를 크게 겪고 있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지니계수가 0.31인데 우리나라의 지난해 지니계수가 0.315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인 그리스의 2000년대 후반 지니계수가 0.343이었던 걸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도는 EU 평균 이하나 다름없는 셈이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회원국 30개 중 7번째로 높다. 미국(17.1%), 일본(14.9%), 아일랜드(14.8%) 정도가 우리나라보다 높고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14.1%), 그리스(12.6%), 이탈리아(11.4%)는 우리보다 낮다. 1997년 우리나라 상대적 빈곤율은 뉴질랜드(8.4%), 독일(8.5%)과 맞먹는 세계 최저 수준이었는데 위기를 겪으면서 멕시코, 터키와 격차가 3%포인트밖에 나지 않는 빈부격차가 큰 나라로 전락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는 "기업의 이익창출이 고용과 연결되는 선순환이 깨지고 중소기업 중심의 내수부문과 대기업 중심의 수출부문 격차가 확대되면서 소득분배가 악화됐다"며 "복지 시스템 효율화, 고용창출 확대, 재기를 위한 기회 확대 등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