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3년간 10∼22% 올라
그러나 2만5000개가 넘는 기계 및 전자부품으로 이뤄진 자동차는 다르다. 자동차 회사들은 부분 변경이건, ‘완전 변경’ 모델이건 새 차를 내놓을 때마다 값을 올린다.
현대자동차의 대표 차종인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와 기아자동차 ‘K5’의 최저옵션 모델 가격을 연도별로 비교해보면 뚜렷한 추세를 읽을 수 있다. 쏘나타는 2008년 출시 모델에 비해 올해 출시된 2012년형이 10.9% 올랐다. 아반떼는 3년 동안 14.7%, 그랜저는 22.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의 대표 차종인 K5는 3년 동안 13.5% 상승했다.
현대차의 동생 정도로 인식돼 비교적 가격이 낮았던 기아차의 가격 상승도 눈에 띈다. 2008년 당시 K5의 전신인 ‘로체 이노베이션’과 쏘나타의 가격 차는 81만 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각 회사가 2012년형으로 내놓은 최저옵션 모델의 가격 차는 4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현대자동차그룹이 7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국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을 선도할 뿐 아니라 가격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9월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승용 및 상용차를 합친 점유율은 수입차를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 74.2%에 이른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새 차를 내놓을 때마다 개발비용이 들며 새로운 장치들이 추가되기 때문에 가격은 오르지만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2012년형 쏘나타에는 사이드미러의 발광다이오드(LED)와 새로운 디자인의 키, 적외선 차단 전면유리, 속도 감응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등 이전 모델에는 없던 8가지 장치가 새로 적용됐다는 것이다. 그랜저에도 뒷좌석 열선, 무릎 에어백 등 10가지가 추가됐다. 이는 아반떼나 K5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전자제품의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해당 업계의 혁신이 그만큼 빨리 일어나지만, 기계장치 위주의 자동차업계에서는 혁신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편의장치도 좋아지고 있지만 자동차는 배기가스 줄이기 등 환경 관련 개발비용, 안전을 위한 개발 등 소비자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개발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차량가격이 점점 비싸질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