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산업부 기자
증권가와 유통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매수수료 인하 압박이 이어지면서 영업이익 감소를 우려한 외국계 자본이 발을 빼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기업설명회(IR)에 참가했던 한 백화점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기업의 영업이익을 낮추려 들다니 한국은 컨트리 리스크가 너무 크다’ ‘주주대표소송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라고 주장하는 외국인 주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통업계의 판매수수료 인하 문제는 지난달 6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 11개 대형 유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합의’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당시 유통업계는 중소업체에 대한 판매수수료율을 3∼7%포인트 낮추겠다고 약속하고 지난달 말 공정위에 ‘자율적 인하안’을 제출했지만 반려됐다. ‘최소한의 성의도 안 보인다’는 반응이었다.
백화점 업계가 예전과 달리 공정위의 압박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외국인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하반기 들어 매출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2009년 무디스로부터 ‘A3’의 신용등급을 받은 롯데쇼핑은 지난해 1363억 원을 이자로 지출했는데 신용등급이 강등돼 대출이자율이 1%포인트 오른다고 하면 약 300억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물론 평균 판매수수료율이 30%대에 이르는 국내 백화점의 영업실태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겠다며 며칠 내에 ‘모범답안’을 내라고 요구하는 정부의 대응방식도 결코 현명한 것은 아니다.
한 유통 전문가는 “업계 공동으로 펀드를 만들어 유망한 제조업체들을 육성하는 방안 등을 모색해볼 때”라며 “정부도 ‘슈퍼 갑’의 구태(舊態)를 벗고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진 산업부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