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자랑하는 ‘바욘햄’
아르자크 바욘햄연합회 본사의 숙성실에서 피에르 에마뉘엘 브로트랑드 바욘햄연합회 해외마케팅 담당자가 말 정강이뼈로 만든 뾰족한 도구로 돼지 뒷다리를 찌른 후 냄새를 맡아보며 숙성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아르자크=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베아른 지역에 있는 온천수 염전인 ‘살리스 드 베아른’의 모습. 온천수를 가열하면 눈처럼 하얀 소금결정체가 떠오른다. 베아른=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프랑스에는 이런 말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특별하다. 프랑스가 돼지고기 가공품을 만든 역사는 2000년이 넘는다. 로베르 볼루트 프랑스육가공품생산자연합회장은 “로마시대, 프랑스가 ‘골’로 불리던 시기부터 육가공품을 만들었다”며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프랑스에서 육가공품을 발견하고는 매우 좋아해 이탈리아에도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햄 가운데서도 남서부의 바욘 시와 인근 100km 이내 지역에서 만드는 ‘바욘햄’은 고급 햄으로 유명하다. 바욘햄은 한국의 ‘보성녹차’처럼 하나의 브랜드로, 여러 기업과 농장이 연합회를 구성해 일정 기준에 맞춰 햄을 생산하고 있다. 바욘햄을 만드는 프랑스 남서부 지역을 지난달 21일부터 사흘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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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욘햄은 돼지 뒷다리에 소금을 쳐 10∼12개월 숙성해 만든다. 아르자크에 있는 바욘햄연합회 본사, 바욘햄을 만드는 기업인 살레종 드 라두르와 델 페이라, 피레네 산맥에 있는 마을인 알뒤드에서 피에르 오테이자 씨가 그의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농장 등 4곳에서 바욘햄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봤다.
바욘햄은 기본적으로 소금만 사용한다. 색다른 맛을 내기 위해 간혹 후춧가루나 고춧가루를 소금에 섞어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 외 첨가물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피에르 에마뉘엘 브로트랑드 바욘햄연합회 해외마케팅 담당자는 “바욘햄은 오로지 소금과 시간으로 만든다”고 강조했다.
소금결정체
바욘햄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는 소금이다. 바욘햄을 만들 때는 베아른 지역에 있는 온천수 염전인 ‘살리스 드 베아른’에서 만든 소금만 사용한다. 베아른은 프랑스 남부의 서쪽으로, 이 지역은 과거 바다였다. 지하에서 솟는 온천수에는 고대 바다의 소금이 녹아 있다. 이 온천수는 일반 바닷물보다 10배 이상 짠 데다 고대 바닷물이 땅속에 저장된 상태여서 순수하고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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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욘햄은 얇고 넙적하게 썰어 와인과 함께 먹으면 그만이다. 짭조름하면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 자꾸만 손이 간다. 바욘햄의 광고 카피는 ‘유명한 셰프도 바욘햄에 첨가할 게 없다’. 그만큼 맛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루이 14세와 앙리 4세도 연회장에서 바욘햄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매년 7월에 열리는 바욘 시 축제 때 바욘햄은 주요 메뉴로 등장해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바욘햄은 참치와 밥을 함께 싸서 먹어도 맛있다. 깍두기처럼 썰어서 고추, 양파 등 갖은 양념을 넣어 졸인 다음에 밥에 비벼 먹으면 한국인의 입에도 잘 맞는다. 바욘햄연합회는 바욘햄을 한국에 수출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아르자크·알뒤드·베아른=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