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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꿇어! 아파트는 로봇이 지킨다

입력 | 2011-10-04 03:00:00

야간 적외선 감시 - 주차장 조명 자동조절… 범죄 사각지대 없앤 아파트 각광




동부건설이 인천 ‘계양센트레빌’ 아파트에 적용하는 방범용 감시로봇 ‘센트리’는 외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감시한다. 동부건설 제공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자 폐쇄회로(CC)TV를 장착한 감시로봇이 분주하게 고개를 움직인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이 로봇은 적외선을 이용해 외부인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수상한 움직임이 감지되면 “위험상황이 발생했습니다”라는 경고음을 낸다. 이어 경비실과 경비업체에 관련 영상을 전송한다. 집이 비어 있을 때 초인종을 누른 외부인이 있다면 15초간 동영상이 녹화된다. 도난사고라도 발생하면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동부건설이 지난달 30일 인천 계양구 귤현동에서 본보기집을 연 ‘계양센트레빌 2차’ 얘기다.

범죄예방시스템을 갖춘 ‘크라임 프리(Crime free) 아파트’가 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CCTV를 다는 수준을 넘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 전체를 감시하는 로봇을 설치하고,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첨단 범죄 예방시설을 도입하는 등 관련 시설 확충 경쟁에 나서고 있다.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셉테드)’ 인증 아파트의 증가는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셉테드’는 아파트 단지 내 사각지대에서의 범죄 발생을 줄이도록 고안된 설계 및 디자인 방식이다. 동부건설이 지난해 말 분양한 ‘계양센트레빌 1차’와 현재 분양중인 ‘계양센트레빌 2차’ 아파트는 지난해 말 셉테드 예비인증을 받았고, 현대건설이 올해 5월 말 분양한 서울 강서구 ‘강서힐스테이트’도 지난달 말 예비인증을 획득했다. 현대건설의 셉테드 인증 아파트에서는 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설 때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밝기를 차량이 움직이는 동선에 맞춰 자동으로 조절하도록 해 어두운 조명 아래서 범죄가 발생할 개연성을 줄이도록 했다. 또 무선 비상콜 CCTV시스템을 도입해 위급 상황에서 비상버튼을 누르면 즉시 영상이 가정으로 송출돼 범죄를 예방하도록 했다.

아파트의 범죄예방시스템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계속 진화하는 추세다. 경기 김포시 한강신도시에서 짓고 있는 아파트 ‘자연& 힐스테이트’와 ‘자연& e편한세상’ 단지는 휴대용 무선단말기를 소지한 가족 구성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족안심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부 아파트는 입주자의 홍채나 손등 혈관을 인식해 출입문이나 현관문을 열어주는 보안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설립된 한국셉테드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최근 대림산업, 대우건설, SK건설 등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셉테드 인증 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선진국처럼 범죄예방을 강화한 아파트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