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탈세 악용돼 공정사회 가치 훼손
탈세와 재산 도피 등에 활용되는 차명은 분명 공정사회의 가치를 해치므로 근절되어야 한다. 더 효과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우선 차명행위를 경제적 관점에서 설명해야 한다. 차명행위를 단순히 비도덕적인 행위가 아닌 합리적인 경제행위로 설명할 수 있어야 이에 따른 해결책도 현실성을 가진다. 차명행위는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행위다. 누구든지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차명과 본인 명의라는 두 가지 대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고민을 할 것이다. 이때 선택하는 기준은 차명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기대이득과 발각되었을 때의 기대손실을 비교해 이루어진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약 5조 원에 육박하는 차명재산은 이러한 기준의 메커니즘이 작동한 결과일 뿐이다. 즉 차명행위에 따른 이득은 큰 반면 차명행위 적발에 따른 기대손실은 상대적으로 낮은 측면이 있다.
차명행위는 당사자 간의 은밀한 거래이므로 정부에서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국세청에서 발표한 수치는 실제 차명재산의 극히 일부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당사자 간에 아무런 문제없이 거래가 지속되면 정부에서 차명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물론 가족 중에서 소득이 없는 어린 자녀를 차명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쉽게 정부에서 증여세 등으로 규제할 수 있지만 제3자를 통하면 정부가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차명행위 땐 득보다 실 많게
경제학에서는 법을 제도로 본다. 차명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의 행위는 제도에 따라 영향을 받으므로 제도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차명재산을 모두 실소유자가 아닌 명의 대여자의 재산권으로 인정한다면 차명행위가 지금처럼 일어날 수 있을까. 실소유자 입장에서는 차명으로 인한 기대손실이 지금보다 엄청나게 증가하므로 차명하지 않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물론 법이 고려해야 하는 여러 가지 원칙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명 거래자의 과거 행위에 대한 법적 해석 및 판단도 중요하겠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미래 차명행위를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법을 활용하는 탄력적인 사고 전환도 이 시점에서 생각해볼 만하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