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 사이언티스트/토머스 J. 크로웰 지음·이경아 옮김/432쪽·1만9800원·플래닛미디어
무기는 사람을 죽인다. 그래도 내 편이 죽지 않으려면 더 나은 것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다. 승리에 대한 결정적 기여는 ‘대량살상’이면서 또한 ‘영웅적 행동’이다. 세상은 이렇게 모순의 그물망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무기는 계속 나오고 있다. 이 책이 소개하는, 역사의 흐름을 바꿀 무기를 개발한 25명의 삶이 ‘현재진행형’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생명에 대한 위협이 더 커진 지금, 무기 개발에 대한 철학적 고민은 더욱 필요하다.
곧이어 미국 독립전쟁이 터지면서 잠수 선박 연구는 ‘지적 훈련’이 아닌 ‘무기 개발’이 됐다. 나무를 이어붙이고 타르로 코팅을 한 공 모양의 잠수함은 사람의 힘으로 움직였다. 수중 5m가량 내려가서 1시간에 5km가량 이동할 수 있었다. 1776년 영국 함대가 뉴욕 항을 봉쇄했을 때 작전에 투입됐지만 전함을 폭파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 뒤에도 1787년 부시넬과 토머스 제퍼슨이 잠수함을 만드는 방안을 두고 편지를 주고받는 등 미국은 잠수함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않았다. 지금의 잠수함은 처음부터 남다른 무기를 개발하고자 했던 부시넬의 유산인 것이다.
삼각대 위에 설치된 기관총을 작동해 보이는 리처드 개틀링. 그는 오로지 인명 살상용으로개발한 기관총인데도 자신의 발명품이 전쟁 참여 인원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믿었다. 플래닛미디어 제공
한 번 개발하면 다이너마이트처럼 산업용과 군사용 양쪽으로 활용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개틀링 기관총처럼 인명을 살상하는 것 외에는 쓸모가 없는 무기도 있다. 오로지 살상용인 무기를 개발하는 사람도 자신의 행위에 명분을 가졌다. 리처드 개틀링은 1분에 400발을 쏠 수 있는 자신의 기관총이 오히려 생명을 구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1877년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발사돼 한 사람이 100사람 몫의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총기를 만든다면 대군은 필요 없게 될 테고, 그럼 전투와 그에 따른 질병 역시 크게 줄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물론 자신의 개발품이 무기로 활용되는 것을 가슴 아파한 개발자도 있다. 러시아 혁명을 피해 망명한 이고리 시코르스키는 자신이 수송을 위해 발명한 헬리콥터가 1960년대에 무기를 갖춘 무장헬기로 변신하자 그 사실을 몹시 힘들어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유족은 그가 모아 둔 수많은 신문 스크랩북을 찾아냈는데 모두 홍수나 화재 등 긴급 상황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헬리콥터에 관한 기사였다. 그는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던 것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